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의 26주기 추모식이 19일 용인 선영에서 조용한 가운데 진행됐다.
올해도 범삼성가(家)가 함께하는 추모식은 성사되지 않았다. 삼성그룹과 CJ그룹, 신세계그룹, 한솔그룹 등은 시간대별 별도의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대표(사장) 등 삼성그룹 사장단도 직계가족 추모행사가 끝난 10시30분께부터 추모제를 진행했다.
다만 이건희 회장은 미국 출장 관계로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추모식에 불참한 것은 2008년 이후 5년 만이다. 이 회장은 삼성 특검 직후인 2007년과 2008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참석해왔다.
삼성 사장단이 떠난 12시30분께부터는 CJ그룹 부사장급 이상 임원 50여명이 선영 일대에 도착해 1시간가량 머물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 회장은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현재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다.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날 선영을 찾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인 이인희 한솔 고문은 오후에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및 임원들과 선영을 찾을 계획이다.
기일에 진행되는 제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CJ그룹이 주관해 CJ인재원에서 열린다.
한편 지난 1987년 이병철 회장 타계 이후 추모식은 범삼성가 가족이 먼저 참배한 뒤 각 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함께 참배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법정 다툼이 시작된 지난해부터는 범삼성가 그룹이 개별적으로 추모식을 열고 있다.
지난해 추모식에서는 CJ그룹의 정문 출입과 제수(제례에 쓰는 음식) 준비 등을 놓고 삼성그룹과 CJ그룹이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