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보훈지청장 정순태
‘지난 5월 소위 합정동 모임은 미국이 북한을 침략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한 평화 토론이었다.’
그동안 침묵으로 묵비권을 행사해 오던 이석기 의원이 첫 재판장에서 한말이다. 마지막 진술에서는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토론한 모임이 비밀조직으로 둔갑했다면서 북의 공작원을 만난 적도 지령 받은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특히 변호인단은 '현 정세에 걸맞는 선전,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말을 '성전 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왜곡했고,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를 '전쟁을 준비하자'로, '절두산 성지'는 '결전 성지' 등으로 검찰이 임의로 짜 맞추기 했다고 주장했단다. 결국 재판부의 증거물을 통한 입증으로 결론이 내려질 텐데 참으로 민주주의 법치국가가 이렇게 답답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법치국가에서는 현행법에만 저촉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을 하든지 상관없다는 거다.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도 각자의 관점에서 항상 다르다. 한번에 의견을 같이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 많이 배우고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사람들의 경우는 더 심하다. 마치 자기가 쌓아온 지식에 대한 자존심 싸움인 것처럼….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국민정서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게다가 정치권에서 즐겨 쓰는 ‘국민의 뜻’이라는 것이 어떤 국민들을 말하는 건지 모호하다.
엄연히 민주주의 정당정치를 구현하고 있다고 하면서 정당의 지지도에 의한 국민 여론은 무시되기 일쑤다. 지지도가 수시로 변하고 있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대체로 S당은 40%대, M당은 25%대, T당은 2%대라고 한다.
법을 해석할 때는 법리적이라는 미명하에 모래밭에서 바늘 찾듯이 문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꼼꼼히 따지면서 왜 정당정치의 본질은 따져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국민의 뜻’이라고 하면 지지가 많은 쪽이 더 유리한 게 아닐까? 그런데 서로 국민의 뜻이라고 하면서 우겨대는 모습을 보면 유치원 때부터 상대에 대한 인정과 배려, 타협과 양보라는 기본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한다. 물론 소수 의견을 무시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기들 자체 행사를 하면서 애국가를 부른 적이 없고 정당 설립 이후 14년간 우리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하고 그들끼리는 대한민국 군대를 미국의 예속군대로 폄하하고 있고 주체사상과 수령론을 찬양하고 미화하며 비상시국시 연대조직 구성, 광우병 사태처럼 선전전 실시, 레이더 기지 등 주요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대통령을 박근혜씨 라고 표현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철폐 등을 주장하는 조직에 대한 진짜 국민들의 뜻은 무엇일 거라고 생각할까?
악법도 법이라지만 법이 만능일 수는 없는 것. 이 건에 대한 생각도 각기 다를 것이기에 정말 조심스럽지만 위에 든 몇 가지 알려진 것만으로도 다분히 국민정서법상 문제가 있어 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변호인단 주장을 보면 더욱 심란하다. 내란 음모죄를 구성하려면 국헌문란의 목적과 주체의 조직성, 수단과 방법 등의 특정이 있어야 하는데 피고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단순히 정부를 비난하고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국헌문란의 목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법리해석이라는 그들만의 복잡한 공식을 가지고 다수의 국민들을 봉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
너무 어렵다면 쉽게 접근해보자 가령 북에 남한을 추종하는 정당이나 세력이 있다면 과연 우리의 국회와 같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진출이 가능하고 당당히 활동할 수 있을까? 북한 정권에 대해 지금 우리 상황처럼 대놓고 비판하는 활동을 버젓이 할 수 있을까?
더구나 국민의 혈세인 국고 보조금을 67억씩 매년 지원받고 6명의 소속의원에게 세비 등 200억 원 이상이 지원되는데 북한에서도 보조금을 받아가며 최고 존엄을 김정은 씨라고 부르면서 북 체제를 비판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는 피고인으로 분류되어 억울하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는 자들과 이들을 궁색하게 편들고 있는 변호인단들에게 묻고 싶다. 한마디로 북한에 가서 한 달만 살아보라는 어느 탈북자의 얘기를 그대로 들려주고 싶다.
북한에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들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데도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있다느니 과거로 회귀한다느니 하는 말들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앞뒤를 살펴보고 말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함부로 국민의 뜻이란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너무 배운 것을 자랑하듯 법리해석이니 뭐니 하면서 어려운 표현으로 국민들을 현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풀리는 법이다. 그래서 상식이 법보다 강할 수도 있다. 국민은 봉이 아니다.
11월17일 순국선열의 날에... 목숨으로 지켜 나라를 물려주신 순국선열님들을 어찌 뵈어야 할지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