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영국 국빈 방문 첫 행사로 런던 중심가의 ‘호스 가즈’(Horse Guards) 광장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베푼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영국의 명차인 벤틀리를 타고 여왕 내외가 연단 중앙에 대기하던 사열대 앞에 내린 후 단상으로 이동해 여왕 내외와 인사를 나눴다.
군악대의 애국가 연주가 끝나고 100명 규모의 화려한 의장대를 이끄는 의장대장이 한국말로 사열준비를 알리자 박 대통령은 에든버러공과 함께 의장대장를 뒤따라 사열을 했다.
사열식이 진행되는 동안 런던 도심의 그린파크와 런던타워에서는 41발의 예포가 발사되고 근위사단 군악대의 트럼펫 연주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환영식 이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내외와 함께 백마 6마리가 이끄는 영국 왕실 마차에 올라타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여왕의 안내로 버킹엄궁 내 ‘벨지언 스위트’(Belgian Suite)에 여장을 풀었다. 벨지언 스위트가 있는 궁내 건물에 여왕의 숙소도 있다는 점에서 주인으로 손님을 각별하게 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특히 이 벨지언 스위트는 여왕의 3남1녀 중 차남과 삼남인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와 에드워드 왕자(웨섹스 백작)가 태어난 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어 여왕이 베푸는 오찬에 참석했으며, 오찬을 마친 뒤 여왕의 소장품이 전시된 ‘픽처갤러리’에서 여왕 내외와 선물을 교환했다.
여왕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선물은 총 4가지로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대형 초상화와 은쟁반, 여왕 내외의 사진이 들어 있는 은제 사진틀 2개, 바스 대십자 훈장이었다. 바스 대십자 훈장은 영국 여왕이 국빈방문한 외국 국가원수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난 1994년 4월, 2004년 12월 방문 때 각각 이 훈장을 받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여왕에게는 궁중음식을 담는 구절함과 홍삼 중에 최상급이라는 ‘천삼(天蔘)’을, 여왕의 부군인 에든버러공에게는 전통공예품인 옻칠수국문함을 선물했다.
박 대통령은 버킹엄궁 볼룸에서 열린 여왕 주재 국빈만찬에서 다시 한번 최고의 영접을 받았다.
만찬장은 영국 왕실의 전통을 살려 16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ㄷ자 형’의 대형 테이블이 놓였고, 정중앙 여왕 자리 주변은 온통 꽃으로 장식돼 있었다.
여왕은 흰색 드레스에 왕관을 썼고, 박 대통령은 짙은 주황색 저고리와 꽃무늬가 그려진 아이보리색 치마의 한복에 여왕에게 수여받은 바스 대십자 훈장을 맨 차림이었다.
이날 만찬 메뉴뿐만 아니라 와인 종류는 여왕이 선정했고, 테이블 세팅과 서비스 준비상황, 연설을 위한 마이크 작동 상태 등도 여왕이 사전에 직접 만찬장에 들어가 꼼꼼히 점검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만찬사에서 “영국군의 한국전 참전을 통해 쌓아올린 연대감을 바탕으로 양국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해 함께 협력해나가고 있다”면서 “영국은 혁신과 창의성의 전통을 갖고 있으며, 한국은 기술적 전문성과 국민의 근면성이 세계적 평가를 받고 있어 상호 강점을 융화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나가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답사를 통해 여왕의 국빈 초청에 사의를 표한 뒤 “영국은 60여년 전 한국의 자유수호를 위해 5만6천명의 젊은 병사들을 파견해 주었고 15년 전 한국의 금융위기시 제일 처음 투자사절단을 보내주는 등 한국이 어려울 때 도와준 진정한 우방”이라며 “유서깊은 문화에 기반을 둔 영국의 선도적 창조산업 분야의 경험과 산업, 문화 융합을 통한 한국의 창조경제가 서로 협력해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