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올해들어 문 닫는 회사가 크게 늘었다.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이익을 내지 못해 사라지는 곳들이 증가했다. 대기업들이 '몸집 불리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방식으로 활발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 대기업 '몸집 줄이기' 활발
올해 청산되는 기업들이 갑자기 크게 증가한 이유는 우선 적자 기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대기업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성그룹은 최근 계열사인 디큐브월드스트리트푸드와 디큐브차이나풍에 대해 청산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디큐브차이나풍은 2011년 4월 설립된 회사로 지난해에만 15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부채비율도 2011년 15.10%에서 지난해 93.2%로 높아지면서 결국 회사가 사라지게 됐다. 디큐브월드스트리트푸드도 지난해 29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보면서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두 회사는 모두 대성산업이 지분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대성그룹은 지난 2008년 9월 설립된 굿캠퍼스도 청산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종업원 11명의 작은 회사로 지난해 6억5000만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주력 사업을 모두 다른 회사로 넘기고 청산됐다.
GS그룹에서는 GS홈쇼핑의 100% 자회사인 GS샵티앤엠, GS에너지의 자회사 GS나노텍이 해산됐다. GS샵티앤엠은 지난 2011년 6월 말 설립 이후 지난해에만 2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0년 시작된 GS나노텍은 지난해 8억65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2월 모회사인 GS에너지로부터 21억원을 수혈받았으나 결국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GS그룹 방계인 코스모그룹은 코스모글로벌과 코스모에스앤에프의 의류사업과 레포츠사업을 코스모엘앤에스로 양도했다. 이에 따라 코스모에스앤에프의 100% 자회사인 보그너판매가 사라졌다.
SK그룹의 SK해운은 100% 자회사인 SK에스엠의 선박관리업(선원·신조·선박관리, 기술 자문) 부문을 지난 8월 7억6800만원에 양수하면서 SK에스엠은 청산시켰다. SK에스엠은 작년 16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부채비율이 185%에 달했다.
이밖에 두산그룹은 지주회사인 두산에서 분할된 컨설팅회사 네오밸류를 청산했으며 CJ그룹에서는 CJ게임즈의 자회사 라다스튜디오와 CJ E&M의 자회사 좋은콘서트가 실적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삼성그룹은 지난 8월 성균관대기숙사 운영권을 성균관대학교에 넘기고, 회사 성균관대기숙사는 청산시켰다.
◆ 계열사 손실 부담 때문
대기업이나 주요 상장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적극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과 재무구조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다. 경기 불황으로 모기업도 실적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분법으로 계열사 손실까지 떠안으면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적자 계열사는 청산하거나 모기업이 흡수합병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얘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몸집불리기를 중시하면서 적자가 나는 계열사라도 계속 끌고가려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조금이라도 가망이 없다 싶으면 바로 회사를 정리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모기업과 자회사의 연결재무제표가 작성되면서 적자 자회사로 인한 모회사의 재무구조 악화가 더욱 돋보이는 것도 한 원인"이라며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슷한 업종의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업무를 합치면서 계열사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졌다"고 전했다.
한편 동양그룹의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5개 동양 계열사 가운데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청산 과정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동양그룹 위기와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동양그룹 5개사 가운데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한 일부 회사는 청산과정을 밟을 수 있다"며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차입금이 과도하게 많은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등이 그 대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