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연신 머리를 숙였다. 오후 내내 진행된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현 회장은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경영권 유지 및 재산 챙기기 의혹, 동양증권의 불완전 판매 의혹 등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하며 법정관리인에 관련된 질문에도 “법원이 결정할 일”이라고 즉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현 회장과 금융당국의 책임을 지적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대국민 사기극을 기획해서 실행한 사람들이 이 자리에 나와 있고, 수 만명의 피눈물을 흘리는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대국민 사기극의 총 책임자이자 주범은 현재현 회장, 공범은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등 임직원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동양그룹 투자 피해자로부터 제공받은 동양증권의 녹취록 일부분을 공개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여성고객이 ‘안전하다고 말했잖아요’ 했더니 직원이 ‘그렇게 말씀드렸다면 제가 착각한거 같습니다’라고 했고, ‘아무튼 원금보장 되는 거죠?’라고 고객이 또 물으니 직원이 ‘만기 원금보장 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씀드린건 맞다’고 말했다”며 “이게 법 위반 사항인 불완전 판매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현 회장은 “일선 현장의 일은 제가 잘 모르겠다”고 했으나 이어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이 “그 부분만 들으면 불완전 판매가 맞다”고 하자, “사장이 그렇게 생각하면 맞을 것”이라고 답했다.
강 의원은 “앞에서 사과한다고 했는데,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서) 도대체 무엇에 대한 사과를 한 것이냐”고 압박했다.
이와 함께 이날 국감장에서는 여야 의원들로부터 동양그룹을 둘러싼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동양파워의 대표이사는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최연희 전 의원이며 동양시멘트의 송승호 고문과 홍두표 고문이 18대 대선 캠프에서 각각 본부장과 단장을 맡은 점 등을 근거로 지난 2월 동양그룹이 삼척화력발전소 사업자 선정 배경에 권력유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새누리당 유일호, 민주당 김영환 의원 등은 “금융위가 처음 계획한 대로 3개월 유예기간 후 7월24일부터 개정안을 시행했다면 7308억원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금융투자업 규정변경의 시행 시기를 늦춘 점을 문제 삼았다.
동양그룹의 로비로 인해 개정안의 시행시기를 늦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어떤 제도를 시행할 때나 유예기간을 둬야 하고 당시 동양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해 피해자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며 “로비로 움직인다면 정부기관이길 포기한 것이다. (시행시기 유예는)저희가 나름대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또 “피해자들이 최대한 보상받을 수 잇는 방법에 대해 말씀해 달라”는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질문에 “완전 판매로 손해를 받은 분들은 금감원에 피해신고를 받고 있고, 금감원이 이를 잘 지원해서 불완전 판매에 대한 배상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또 법원에 대해 기업 회생절차에 따른 배당금을 극대화해 피해 보상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현 회장이 올해 법정관리 신청 전 김융감독원장을 두 차례 만난데 대해 “당국의 제재를 막기 위함 아니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현 회장은 “동양증권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5~6000억 원을 자산유동화 하려는 노력을 했었다. 그게 되면 CP를 일괄 상환하고 동양증권을 매각하는 안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지원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며 “제재를 회피하려고 만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