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효성그룹 총수 일가가 탈세 및 횡령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과 3남 조현상 부사장이 적극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가족간 경영권 다툼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효성 측은 다툼이 아닌 경영권 강화라는 입장이지만 검찰조사를 받으면서도 지분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데 대해 일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현준 사장은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5차례에 걸쳐 효성 주식 17만1774주를 사들여 보유지분율을 9.14%에서 9.63%로 높였다. 이번에 조 사장이 사들인 주식은 지난 7일 종가 기준 110억원이 넘는다.
비슷한 시기 동생인 조현상 부사장도 8만1750주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8.76%에서 8.99%로 올렸지만 조 사장과의 지분율 차이는 기존 0.38%에서 0.64%로 벌어졌다.
지난 8월 동생을 제치고 효성의 2대주주로 올라선 조 사장은 최대주주이자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10.32%)과의 지분율 격차도 0.69%로 줄였다.
조 회장의 두 아들이 잇따라 회사 주식을 사들이면서 증권가 등에서는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형제가 지난 2월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분을 대량매각하며 그룹을 나간 이후 꾸준히 지분매입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조현준 사장은 지분 확대를 위해 지난달 13일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효성ITX의 주식 28만9470주를 담보로 맡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지난 2월 회사를 떠난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7%가 넘는 지분을 처분해 오너 일가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지분 확대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조 회장의 부인이자 형제의 어머니인 송광자 상무도 이달 들어 4만3500주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0.59%로 높였다. 조 회장 일가의 효성 지분율은 지난 3월 말 27.79%에서 이달 현재 29.99%로 2.20%포인트 늘었지만 여전히 30%를 밑돌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이어 검찰 조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경영권 챙기기에만 나선다고 비판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효성그룹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경영권 강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검찰 조사 등으로 그룹의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분매입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 챙기기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효성그룹은 지난달 27일 탈세혐의로 검찰에 고발됐으며 본사와 조석래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받았다. 또한 조 회장 일가는 물론 그룹 주요 임직원들이 출국금지 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