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 이대로 괜찮나…한은 역할론 불거져

2013-10-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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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가 안정을 첫번째 책무로 가진 한국은행의 역할론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이른바 '디플레'를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한은이 보다 정책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로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9월(0.8%) 이후 1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초 3%대에서 점차 내려와 그 해 10월 2.1%를 마지막으로 1%대로 내려앉은 후, 올해 8월까지 꾸준히 1%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달 0%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는 한은이 올해부터 2015년까지 설정해 둔 물가안정목표치 2.5~3.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 10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도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저인플레이션은 경기상황 및 과거사례 등에 비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최근의 저물가에 대해 유가 등 국제원자재가격 및 국내 농산물 가격 약세, 복지지출 확대와 가공식품 등 미시적 부문의 물가대책 강화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수출 주도의 성장세에 따라 내수가 부진하면서 총수요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진 점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과 소비, 투자활동이 위축되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디플레'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불거진 현상이다. 무상보육정책, 국제곡물가격 하향 안정세 등으로 물가는 앞으로도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꾸준히 하락하는 것을 뜻한다. 통화량이 줄어들면서 물가가 내려가고 전반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이다. 일본이 디플레로 인해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 출처 : 한국은행 '2013~14년 경제전망' 보고서 中


한은은 "디플레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가격에 민감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지난 9월 전월대비 1.6%로 8월(1.3%)보다 확대된 것을 예로 든다. 현재로선 공급요인이 대부분 좌우하고 있어 이를 제외한 근원물가만 보면 오히려 2%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디플레 우려는 낮다고 보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승률이 떨어진 상황은 아니고 낮은 수준에서 지속되는 것이므로 디플레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보육료 등 정책적 효과들이 있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면 물가도 조금씩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저물가가 의미하는 경기침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은의 신뢰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통화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물가안정목표제의 개선에 대한 주장도 제기됐다.

한은 설립목적의 첫 번째가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 수립과 집행에 따른 '물가 안정' 도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물가 오름세 둔화는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어려운 특이요인 때문"이라며 여전히 인플레이션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상황을 감안하면 물가안정목표제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약할 수 있다”면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디플레이션을 고려한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도록 목표범위의 상하한선을 없애고 중기적인 목표치만 제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여전히 디플레 가능성이 없지 않으므로 한은이 목표를 현실성 있게 내리거나 대응해야 한다"면서 "인플레 타깃팅에만 집중하는 한은이 중장기적으로는 디플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시기상 어렵지만 한은이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경기확장적 정책을 살려 물가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외부요인으로 통화공급량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시키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물가가 낮고 경기가 둔화된 상황이어서 경기부양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은 있지만, 외부요인들로 인해 통화정책의 약발이 잘 듣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은으로서는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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