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가 큰 인기를 끌자 '슈퍼맨이 돌아왔다', '용감한 형제들' 등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이 줄줄이 편성되고 있다. [사진 제공=MBC] |
다섯 아빠와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는 MBC ‘일밤-아빠! 어디 가?’는 매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무너져 가는 일밤을 살려 냈다. 윤후를 비롯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자 아빠와 아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연달아 편성됐다. 제2의 ‘아빠 어디가’를 노리는 프로그램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MBC ‘용감한 형제들’이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의 재미 요소는 동심이다. 예상할 수 없는 동심이 의외의 부분에서 시청자의 웃음보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아빠와 자녀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다 보니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른들이 출연하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어느 정도는 이미 틀이 존재하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고 식상함을 준다. 반면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순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대중이 이를 반기고 있다”고 인기 요인을 해석했다.
'아빠 어디가'가 큰 인기를 끌자 '슈퍼맨이 돌아왔다', '용감한 형제들' 등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이 줄줄이 편성되고 있다. [사진=KBS] |
어린 출연진이 언론과 대중에 여과 없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꾸밈 없는 모습이 인기 요인인 동시에 비판 지점이 되면서 이미 ‘아빠 어디가’ 다수의 아이들을 향한 안티카페가 개설됐다. 이런 와중에 어른 역할을 해야 할 방송사는 각종 부가수익을 노리고 출연진 동의 없이 서적 출판 등 2차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출연이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녀 또는 그 지인에 국한되는 것도 문제다. ‘아빠 어디가’는 인기에 힘입어 형제·친구 특집을 진행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용감한 형제들’도 섭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연예인·운동선수들의 자녀가 등장, 출연하고 싶어도 기회가 닿지 않는 아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 어른 사회의 위화감이 아이들 세계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대중은 어른들의 정형화된 웃음이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을 원하고 있다. 유행이 수그러들 때까지 제작을 계속할 거라면 기획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고 순수한 재미를 일구는 데 집중하기를 바란다. 출연한 아이나 출연하지 않은 아이,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를 위해 방송사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제작진이든, 그것을 보고 재미있어 하는 대중이든 어른들의 요구로 TV속으로 들어간 아이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