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 강수에 두손 든 전두환 일가… 수위 낮춘 수사는 계속될 듯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1672억원에 달하는 미납 추징금 납부계획을 10일 발표하면서 16년 동안 진행된 추징금 환수 작업이 일단락됐다. 지난 5월 24일 서울중앙지검에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 전담팀이 구성된 지 110일째 이룬 결과다.

전담팀 구성이 되면서도 검찰 내부에서조차 추징금 환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검찰이 ‘일가 형사처벌’이라는 강수를 꺼내들면서 결국 전씨 일가의 항복을 받아낸 것이다.

◆ 전두환 추징법 통과·檢 수사 전환으로 인해 환수작업 탄력

지난 6월 27일 국회에서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되면서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작업이 전환의 계기가 됐다.

추징법이 시행된 지 나흘 만인 7월 16일 검찰은 전씨 사저에 대해 재산압류 처분을 내림과 동시에 일가 소유의 회사 사무실과 주거지 17곳에 대해 압수수색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추징금 환수 작업이 시작됐다.

◆ 형사처벌 압박·노태우 완납… 일가 "명예 지키자" 선회

검찰의 수사망은 우선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로 향했다. 검찰은 지난 8월 12일 전씨 일가 중 가장 먼저 처남 이씨를 소환함으로써 전씨의 미납추징금 관련 활동이 수사로 본격 전환됐음을 알렸다. 검찰은 다음날 전 전 대통령의 조카 이재홍씨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전 전 대통령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난 3일 차남 재용씨를 소환 조사하면서 검찰 수사가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전씨 일가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수사의 압박이 조여오자 전씨 일가는 연희동 자택에 모여 미납 추징금을 분담해 자진 납부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고 10일 16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납부키로 결정했다.


◆ 납부 발표에도 檢“전씨일가 수사는 계속”

전 전 대통령측이 미납 추징금 납부 계획을 밝혔음에도 탈세 등 전씨일가의 드러난 위법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징금 납부 방법의 구체성 및 진척에 따라 수사 수위는 조절될 전망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재용씨가 수사 과정에서 협조적으로 나왔고 추징금 납부 계획을 주도한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할 공산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일 검찰이 강공으로 나서 재용씨를 구속할 경우 추징금 납부 과정에서 전씨 일가가 추징금 자진납부에 저항 할 수 있어 수사 수위를 두고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