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포기하면 미국 등은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군사개입을 하지 않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시리아는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기자들에게 “시리아가 보유한 화학무기를 국제적 통제에 맡겨 이를 파기하도록 촉구했다”며 “(시리아가) 화학무기금지협약에 가입할 것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 시리아가 미국 등 서방이 계획 중인 군사공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회담 중에 무알렘 장관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며 “시리아 화학무기에 대한 국제적 통제가 군사공격을 막을 수 있으면 시리아 정부와 즉각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왈리드 무알렘 외무장관은 모스크바에서 “시리아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가 지도부의 입장에서 러시아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우리 국민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러시아 지도부의 지혜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CNN 방송 등 미국 내 6개 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제안대로 된다면 확실히 긍정적인 사태 전개”라며 “(러시아의 제안은) 가감해 들을 필요가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러시아 측과 이번 제안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에서 논의 중인 시리아 군사개입안에 대해 “상원에서 통과되리라고 자신할 수 없다”며 “이 결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 독자적으로 시리아를 공격할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시리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CNN방송과 여론조사업체 ORC인터내셔널이 지난 6∼8일 전국의 성인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회의 시리아 군사개입안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9%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찬성’ 입장을 밝힌 응답자는 39%에 불과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러시아의 제안이 나온 직후 회견에서 “만약 유엔 조사단의 증거·자료에 대한 분석 결과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이 확인되면 시리아에 유엔 화학무기 감독 지대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시리아의 화학무기와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증거 등을 즉각 안전지대로 옮겨 파괴하자는 제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 지대 설치는) 시리아 사태에 대해 의견이 갈려 있는 유엔 안보리 회원국 간 대립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면밀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공영TV방송에 출연해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행동이 뒤따르기를 바라며 이것이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한 방법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