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감독원) |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금융권이 급증하는 블랙컨슈머와 금융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블랙컨슈머와 금융사기는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 있어 강력한 예방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의 금융민원 감축의 타깃이 된 보험사와 카드사는 앞으로 이들과의 싸움이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당국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553억원, 적발인원은 8만3181명에 이른다. 전년 대비 금액은 296억원(7.0%), 인원은 1만848명(15.0%) 증가했다.
그 중 생명보험사의 피해액은 634억원, 손해보험사의 피해액은 3899억원에 이른다. 적발인원은 생보사 4900명, 손보사 7만8281명이다.
종류별로는 자동차보험 2738억원(60.4%), 장기손해보험 1035억원(22.8%), 보장성 생명보험 584억원(12.9%)의 순으로, 자동차보험을 이용한 보험사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이 이 같은 증가세를 막기 위해 수년간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보험사기의 수법은 더욱 다양해지는 등 대응책이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최근 보험사들이 민원 감축안에 따라 다양한 소비자 중심의 경영을 펼치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보험사기가 더욱 활개를 치는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 업권에 블랙컨슈머가 곧 금융사기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사기는 보험금 누수로 보험료 증가를 초래하고, 강력범죄와 연계돼 사회적 불안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원 감축을 위한 소비자 위주의 정책이 오히려 사기를 부추기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보험사기에 대한 인지 시스템이나 이에 대한 처벌 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금 누수…사전예방 강화해야
보험연구원이 추정하는 보험사기 규모는 금감원이 실제 적발한 금액의 10배에 이를 정도다.
보험연구원과 서울대학교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민영보험(공제 포함)의 보험사기 규모는 2010년 기준 3조4105억원으로 가구당 20만원(1인당 7만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06년 기준 2조2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료 누수가 매년 증가하면서 소비자는 물론 업계의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로 보험사기가 진화하고 있어, 보험사기 규모의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나 정책 방향이 민원 감축으로 가다 보면 보험사에서 사기나 악성민원을 조사할 때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민원의 상당부분은 보험금 산정이나 지급부분에서 발생하고, 그 단계에는 보험사기에 대한 조사도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송 위원은 이어 "아무래도 보험금 지급 심사가 까다로우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민원이 발생할 것이며, 보험사는 당국의 압박을 받기 때문에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 결국 보험사기도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7월 △보험사기 영향평가를 통해 사기 가능성이 높은 상품 출시를 사전 억제하고 △계약인수 시 다수보험과 과다보험료 등을 점검하며 △타인의 사망보험 가입 시 피보험자 동의 여부 확인 △자살 무보장기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아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각 보험사들도 자체 특별조사반을 보강해 보험사기에 대한 사전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국내의 보험사기 처벌 수위가 낮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송 위원은 "보험사기는 예방·적발·처벌 등 세 가지 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며 "특히 적발 가능성과 처벌 수위를 높여 보험사기가 곧 위법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