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동반자가 “저 친구 오늘 계속 저러네. 저건 룰에 어긋나는 행동 아닌가?”라고 하자 캐디가 “왜 아니겠어요, 손님. 저 분은 룰대로 하면 첫 홀부터 매홀 2벌타를 먹었어야 합니다”라고 맞장구친다.
캐디가 말하는 저 분이 바로 필자다. 캐디의 말에 순간적으로 조금 화가 났지만, 화내서 좋을게 하나도 없으니 참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라운드가 다 끝난 후 동반자에게 말했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로 땅을 고르는 것은 룰 위반이 아니라네. 플레이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 만약 페어웨이에서 세컨샷을 앞두고 그러면 룰 위반이지만,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볼이 아직 플레이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해. 아까 그 캐디는 꽤 경력이 있는 것같고 우리에게 서비스를 잘 해 주던데, 기죽이지 않으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거야.”
골프룰을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룰을 모르고 한 행동들은 대부분 벌타로 이어진다. 투어 프로들도 심심찮게 룰 위반으로 벌타를 먹는다. 그래서 주말 골퍼의 입장에서 룰을 그대로 다 지키면서 라운드를 하려면 너무 힘든 상황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흔히 주어지는 ‘기브’(OK)도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골프의 기본 정신은 존중하면서 즐겨야 하지 않을까? 골프룰북에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 에티켓이다. 오늘은 흔히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에티켓을 소개하고자 한다. 에티켓이니 어겨도 벌은 없다고 생각지 말기를…. 2004년부터는 에티켓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에 대해 ‘실격’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벙커 손질을 제대로 하자. 일부 주말골퍼들은 벙커내 발자국에 빠진 볼은 집어 들어서 벙커 손질을 하고 볼을 리플레이스할 수 있도록 약속하고 라운드하는 경우가 있다. 골프룰에서는 절대 허용되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골퍼들이 벙커 손질을 얼마나 하지 않으면, 이런 ‘동네룰’을 적용하는 골퍼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겠는가? 사실 벙커 손질은 벙커에 빠진 사람이 직접 하는 것보다는 조금 여유있게 먼저 쳐 놓은 사람이 도와주면 시간 절약이 많이 된다. 이번 주말에는 이렇게 동료를 한번 도와줘 보자.
슬로 플레이는 모든 골퍼의 적이다. 스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2초다.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스윙이 아니다. 멍하니 그냥 시간 보내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그제서야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하고 기다렸다가 차례가 되면 곧바로 스트로크를 해야 하는데, 이건 우리나라 골퍼들이 세계적으로 느리기로 유명하다. 미국LPGA투어 대회에서 한 라운드 시간은 길어야 4시간30분인데 반해 한국LPGA투어 대회는 이보다 1시간은 더 걸린다. 그래서 국내프로들이 국제무대에 적응하면서 슬로 플레이로 인한 벌타를 심심찮게 먹는다.
마지막 한 사람이 퍼트를 마칠 때까지 퍼팅 그린 혹은 그 근처에 같이 있어 줘라. 지난달에 있었던 미국과 유럽의 여자프로골프단체전인 솔하임컵에서 재미교포 미셸 위의 행동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미국팀 단장의 추천선수로 뽑힌 미셸 위는 미국팀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너무 앞섰던지, 상식 이하의 에티켓을 보였다. 상대 선수가 퍼트를 마치기도 전에 이미 다음 홀로 이동한 것이다. 지금 이 글을 보면서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골퍼들이 꽤 있을 것이다. 상황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동료들은 모두 다른 홀로 이동중이고, 당신 혼자 퍼트해야 한다면…. 골프를 왜 치는가?
골프칼럼니스트 (WGTF 티칭프로, 음향학 박사)
yjcho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