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을 두려워마라!

2013-09-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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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

'설국열차'가 화제다.
영화의 스케일이나 출연진의 면면이 화려해서만은 아니다. 아마도 영화를 관통하는 캐릭터에 대한 묘사력, 재해석을 가능케 하는 스토리적 상상력이 인기 요인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서는 '엔진'을 지키려는 자와 그 '엔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현 체제의 종속과 유지를 위해 필요한 엔진의 상징성은 크다. 하지만 이 엔진은 결국 새로운 경험과 세상을 원하는 자들에 의해 멈추게 된다.

이처럼 변화를 필요로 하는 이들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현실세계에도 존재한다.

경영자 입장에선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통해 항상 변화를 꿈꾼다. 물론 그로 인해 생겨날 변화에 대해 두려움도 느낀다. 특히 기존 시장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1등 브랜드나 선두 기업은 변화에 대한 갈망보다 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시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기도 한다.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이는 한 기업에서 신상품을 출시하면 그 기업에서 기존에 판매하던 다른 상품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자기 시장 잠식을 뜻한다.

과거 빈곤의 시대에는 수요에 비해 생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산자 파워가 컸다. 한 기업을 움직이는 동력이 10년 이상 변화를 겪지 않는 상품이라는 게 놀랍지 않던 시절이었다. 잘 키운 아들 하나가 열 아들 부럽지 않던 그 시기에 기업들이 카니발리제이션을 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풍요의 시대인 현대로 넘어오면서 소비자들의 힘은 커졌다.

많은 기업들이 수없이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선택권이라는 힘이 생겼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빠르게 대응해야만 한다. 이런 시대에 기업들이 카니발리제이션을 피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IT업계에서는 PC웹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카니발리제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았다. 콘텐츠들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용 가능해지면서 PC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들이 모바일 서비스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이용률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이 PC웹과 모바일 부문에서의 자기 잠식 현상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각 플랫폼의 장점을 살린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성해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키우고자 하는 목표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필자 회사의 고객사들 역시 최근 PC 쇼핑몰의 매출을 유지하면서 신규 모바일 매출을 늘려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모바일 쇼핑 시장을 새로운 시장으로 규정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모바일 전용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온라인 웹으로 접속하는 기존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상품 추천 서비스 등 진화된 온라인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카니발리제이션이 기업 경영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다만 현재의 사회는 변화가 필요한 사회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신사업을 발굴하고 진행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시대다. 자기 시장 잠식에 대한 고민의 순간이 온다면 피하기보다 시장 확대로 연결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카니발리제이션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것이 변화와 혁신에 성공하는 오늘날 기업들의 비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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