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같은 전력수급 위기가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땜질’식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에너지수요의 전력 집중, 이를 예측하지 못하고 추가공급에 실패한 정부 정책에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력난 반복의 근본적 원인인 도매전력시장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전력부족에 시달리는 현 상황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현재 도매 전력시장은 전기 판매사업자인 한전이 발전사업자에게 전력을 구매해 전기사용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때 전력 거래가는 계통한계가격(SMP)이라는 독특한 산정방식에 근거해 결정된다.
SMP는 전력 수급이 정상적인 경우 원자력과 석탄 등 연료비가 저렴한 기저발전을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하고, 공급 예비력이 위험수위에 이를시 가장 비싼 LNG 발전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결정 구조로 전력난이 심해질 경우 도매전력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재정적 악화를 불러오는 반면, 민간발전회사는 반사적으로 돈 방석에 앉히는 기회로 작용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있는 올 상반기 주요 민간발전사가 한전에 판매한 전력 가격을 보면 대기업 발전사들은 kwh당 평균 152.32원을 받고 전력을 한전에 판매했다. 하지만 한전이 운영하는 발전자회사들은 민간발전사들보다 53.3원이나 더 싼 평균 99.02원에 전력을 팔았다.
특히 지난 5월말 원전 3기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GS EPS와 GS파워, 포스코에너지 등 13개 주요 민간발전사들로부터 구입하게 될 추가전력의 구매비용이 약 4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 1곳당 약 300억원이 넘는 추가수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처럼 전력난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면 달할 수록 민간발전사들의 이익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며 “민간발전사와 한전 발전자회사간 전력 공급 가격은 kwh당 두배 넘게 격차가 난다는 점에서 수급 논리의 시장가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민간발전사의 초과이익을 규제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전력거래가격에 상한을 두는 ‘정산상한가격제’를 도입, 실시하고 있다. 전력거래 가격에 상한선을 정해 최근처럼 전력난이 발생하더라도 민간발전사들이 얻게되는 고수익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몰제로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돼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민간발전사업에 진출한 기업들은 정부가 책임을 전가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정부가 전력 수급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민간기업을 발전시장에 참여시켜 놓고, 땜질식 처방으로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가장 기본적인 전력요금체계부터 손 보는게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확보할 1580만㎾의 화력발전 설비용량 중 74.4%에 해당하는 1074만㎾를 민간발전사의 몫으로 확정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SMP 자체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에도 착수했지만, 이마저도 수익성인 측면에서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불합리한 도매전력시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규제계약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발전기의 고장이나 정비 지연에 대해 발전사업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연료비 변동을 소매전기요금에 즉각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 시행도 병행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