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勞心’ 얻은 경영관

2013-09-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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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투 없는 금호석유화학, 26년간 노사 무분규 비결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해마다 산업계 하투가 반복되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의 노사 26년 무분규 노하우에 관심이 쏠린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은 평생을 회사에 종사해온 분으로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말 박찬구 회장에 횡령 등의 혐의로 영장이 청구되자 회사 노조가 직접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는데, 그 중에 실렸던 말이다. 이는 다른 어느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광경으로 박 회장과 노조의 끈끈한 유대를 짐작케 한다. 26년 무분규의 비결은 이처럼 예사롭지 않은 오너와 노조 간의 친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1일 회사측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여수공장과 울산의 고무공장 및 합성수지공장 등 총 3개의 노조가 존재한다. 1사 1노조인 일반 회사들에 비해 1사 3노조 체제는 각 노조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노사협력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금호석유화학은 1987년 노동조합 설립 이후 26년간 무분규 협상이라는 기록적인 노사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임금인상 외에도 정년을 만 57세로 1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여 업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노사는 2010년부터 3년간 이어진 경영정상화 기간 중에는 2년간의 임금동결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고 2011년 끝내 역대 최고 실적의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이처럼 노사가 뭉친 근간에는 오너부터 노조와 격의 없이 소통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박찬구 회장과 김성채 사장은 수시로 지방 공장을 방문해 노조위원장 등과 식사를 하거나, 바쁘더라도 차를 함께 마시는 시간은 반듯이 할애한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회장님은 적어도 분기에 한번꼴로, 사장은 거의 매달 그런 자리를 마련한다”며 “매년 가을에는 노조위원장과 함께 전 계열사 임원들이 산행을 다녀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단체협상 외에도 경영진과 노조간의 대화가 많다는 얘기다.

금호석유화학은 경영진이 참석하는 노사협의회도 분기별 1회 운영하고 있다. 각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사가 함께 하는 산행, 체육대회, 전진대회, 해외연수 등의 노사협력 프로그램도 많다.

금호석유화학은 기본적으로 노사가 회사를 지탱하는 양 축으로 동등하다 여기며, 상호 화합하고 고통분담하는 자세를 견지해왔다. 1997년 외환위기 극복과 2001년 금호케미칼(현재의 울산수지공장) 구조조정 극복 일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1997년 경쟁사 출현과 외환위기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울산고무공장 노사는 회사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인상을 동결하기로 결의하고 쟁의기금으로 회사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노동조합은 당시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이 2000원으로 떨어졌음에도 회사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며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데 협력했다.

또 2001년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케미칼을 합병하며 경상이익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경영합리화 시스템을 도입했고 그로 인해 유휴인력이 발생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해고 대신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남은 인력은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 타 사업장으로 전환배치하며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했다. 이에 노조는 상여금 100%를 자진 반납하며 회사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이러한 노사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금호석유화학은 2010년 노사문화대상(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하고, 2012년에는 고용창출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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