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장기영 기자 |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형 그룹의 계열사였지만, 보험사라는 얘기에 부모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한다.
수년 후 결혼을 앞두고 처가를 방문했을 때 보험사에 다니는 예비사위를 바라보던 장인, 장모님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수십년간 대중의 뇌리 속에 각인된 특정 산업의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고, 시장 환경이 바뀌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을 하대하는 뱅커들의 태도에서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제1금융권에 속한 은행원 중 상당수는 자신을 보험사나 카드사 직원들과 비교하는 것을 꺼린다.
심지어 한 금융지주사 내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은행과 나머지 자회사로 서열이 갈린다.
실제로 보험사나 카드사는 하는 일이 별로 없어서 한가할 거라고까지 말하는 은행원을 본 적도 있다.
제2금융권 직원들은 마땅찮아 하면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연봉을 비롯한 처우만 놓고 보면 오히려 제2금융권 대형사들이 한 수 앞선 경우가 많지만, 금융권 계급사회는 좀처럼 해체되지 않고 있다.
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비은행부문 강화에 나선 금융지주사들의 움직임은 그래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지주사 내에서 제2금융권 자회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제1금융권의 콧대는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모가 씨암탉을 잡아 삼계탕을 끓일 때마다 닭다리를 은행원 사위에게 내줘야 했던 보험사 사위의 밥상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금융권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두 사위가 나란히 밥상 앞에 앉아 사이좋게 닭다리를 하나씩 나눠 먹을 날을 앞당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