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같은 급여를 받는 윤모씨(45·서울)는 정씨와 달리 내년부터 세금을 내지 않는다. 바뀐 제도로 인해 16만원의 소득세가 줄었다. 윤씨는 배우자와 세 자녀를 두고 있다. 교육비와 다자녀 혜택을 받으면서 이번 세법개정의 수혜자가 됐다.
같은 직장 동료인 정씨와 윤씨도 이전에는 부양가족 수에 따라 세금을 냈지만 바뀐 세법에서는 처지가 달라진다.
이들은 똑같이 총급여가 4500만원이다. 이들의 소득공제는 다자녀와 교육비,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를 제외하고 의료비·기부금·보험료를 각각 100만원으로 가정했다. 기본공제는 750만원, 근로소득공제는 1275만원으로 같다.
3인 가족인 정씨는 올해까지 98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5인 가족 윤씨 역시 다자녀 혜택에도 불구하고 16만원의 세금을 낸다. 그러나 내년에는 둘의 근로세율이 15%로 같지만 정씨의 세액이 98만원에서 103만원으로 5만원이 늘어난다.
반면 윤씨는 지금까지 교육비 등 각종 공제로 과표기준이 1200만원 이하로 떨어져 6%의 세율을 적용받았지만 앞으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돼 과표기준 상향에 따라 세액공제율이 높아져 실제 소득세 납부액은 0원이 된다.
결국 급여를 받더라도 다자녀와 교육비 등에서 세액 차이가 82만원(98만원-16만원)에서 103만원(103만원-0원)으로 증가하는 셈이다.
소득세의 소득공제 방식이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근로자의 28%인 434만명의 세부담 증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연소득에서 공제 항목별 지출을 비용으로 인정하고 이를 차감한 뒤 과세기준을 산정하는 소득공제 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소득공제 방식은 선 차감 방식이라는 점에서 비용이 많을수록 과표기준이 낮아지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했다.
반면 세액공제는 비용을 사후에 인정한다. 소득 전체를 과표기준으로 정하고 과세한 뒤 공제항목별로 쓴 돈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과표기준을 높이고 비용성 공제를 인정하지 않아 세금을 더 걷는 효과를 가져온다.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현행 소득공제제도는 같은 금액을 소득공제하더라도 소득 수준에 따라 혜택에 차이가 발생했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급격한 세부담 변경을 방지하기 위해 기본공제, 공적연금·건강보험, 근로소득공제 등 소득공제 항목은 유지하고 인적공제와 특별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형태를 시행할 계획이다.
소득세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향후 세금으로 수익을 늘리는 '세테크'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세테크의 핵심인 특별공제 혜택이 축소되면서 과표기준을 낮출 수 있는 보호막이 사라졌다.
특별공제항목의 세액공제율은 중산층 지원 항목과 보험·연금 지원 항목으로 분류해 차이를 뒀다. 총급여 3% 초과분에 한해 700만원 한도(본인·장애인·경로자는 무제한)인 의료비, 교육비(본인 전액, 대학생 900만원, 초·중·고생 300만원), 기부금(법정기부금 전액, 지정기부금 소득액의 30%) 등은 세액공제율 15%로 바뀐다.
김 실장은 "똑같은 100만원을 기부해도 고소득자와 저소득층 부담이 다른데, 세율에 따라 오히려 고소득자가 공제혜택을 많이 받았다"며 "이번 세법개정으로 중·저소득층에도 기부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