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이건희 회장, 삼성 안전 불감증에 '철퇴'

2013-08-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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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 만연한 안이함에 실망, 귀국 직후 조직기강 확립 나서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이건희 회장(사진)이 귀국 직후부터 조직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외견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때문에 조직 내부에 안이함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기의식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온 안전사고가 대표적이다. 특히 최근 또 다시 인명 사고가 발생하자 결국 이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

삼성은 1일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경질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이 회장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이 회장은 장기 해외 체류를 마치고 귀국한 뒤 지난달 30일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현안 보고를 받았다.

56일 만에 출근 경영을 재개한 자리에서 이 회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을 불러 잇따른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 사고 등으로 안전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한 상황에서 삼성정밀화학 폴리실리콘 생산법인 신축 공사장의 물탱크 파열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사고라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이 회장의 선택은 물탱크 사고가 터진 공사 현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박 사장의 경질이었다.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3류 기업에서나 발생할 법한 안전사고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 삼성이 비난 여론의 표적이 된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고 조직 기강 확립에 나선 것이다.

삼성은 반도체 부문의 화학물질 관리 개선을 위해 1조1000억원을 투자하고 계열사별로 관련 투자를 적극 집행하도록 촉구했다. 또 안전관리 인력을 대거 보강하고 그룹 내 안전환경연구소 조직도 확대 개편했다.

이와 함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외부 컨설팅 업체의 자문을 구해 세계 수준의 안전환경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원하는 변화는 안전관리 체계 개혁 정도가 아니다. 해이해진 조직문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 그룹 전체에 경각심을 불어넣을 수 있는 후속 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발생한 일련의 안전사고들이 이 회장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것”이라며 “이 회장이 구상 중인 새 경영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조직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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