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목들’로 본 최태원 SK 회장 재판 닮은 듯 다른 듯

2013-08-0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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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그러니까 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바라면 10년 이하,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주장하다 잘못되면 최하 20년을 선고받는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 맞죠?”

인기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10회차에서 주인공인 박수하(배우 이종석 분)가 변호인인 장혜성(이보영 분) 변호사에게 말하는 장면이다. 극 중에서 수하는 살해 혐의로 몰려 재판을 받는다. 그런데 무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혜성은 유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바랄지 고민하게 된다. 진술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아니다. 최근 최태원 SK 회장의 재판에서도 이같은 고뇌가 엿보인다. 최 회장은 1심부터 항소심 결심 공판까지 세 차례나 변호인을 바꾸며 그때마다 진술도 수정했다.

최 회장은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 출자금에 대한 선지급금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교부받은 45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1심 당시 최 회장은 펀드 출자금에 대해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항소심에서는 펀드 조성은 했지만 출자금이 인출된 것은 몰랐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항소심 막바지에는 그동안 역할이 불투명했던 김원홍(최태원 회장 형제 선물옵션투자 관리인, 전 SK해운 고문)씨를 횡령 피의자로 지목했다. 김씨가 출자와 선지급 모두 주도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과거 증권사에서 일하다 역술인으로 전향해 몇몇 재벌들의 투자도 도왔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역술인 출신인)김원홍과의 관계를 숨기고 싶었지만 창피함을 감당하고 사실대로 밝히기로 했다”며 뒤늦게 진술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황을 보면, 최 회장이 인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너목들처럼 최 회장과 변호인단의 고민이 적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재판부도 “자백하면 양형에서 정상참작 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전달해 고민을 가중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일부 진술을 바꾸면서도 끝까지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측은 “엄중한 책임을 묻더라도 기억과 다른 진술은 할 수 없다는 게 최 회장의 심경”이라고 변론했다.

검찰은 그러나 최 회장이 진술을 번복한 것에 대해 “사법부를 기망 하듯 허위 진술을 일삼았다”며 이례적으로 1심보다 높은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너목들에서 수하는 무죄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재판에서 승리하며 나중에 진실도 밝혀졌다. 현실에서는 최 회장의 진술이 진실인지는 알 길이 없고 다만 결과만 나올 뿐이다. 유례없이 드라마틱한 이번 재판은 오는 8월 9일 선고날 결과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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