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에서 정작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속속 발표될 다른 TF의 결과물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이 운영 중인 TF는 10여개에 달한다. 특히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비롯해 △정책금융기관 재편 TF △금융감독체계 개선 TF △우리금융 민영화 TF 등이 주목받는 주요 TF로 꼽힌다.
그리고 지난 17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TF의 첫 결과물이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TF는 그동안 7차례 회의를 거친 끝에 이사회의 역할 강화를 골자로 한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
TF는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기능을 내실화하는 데 집중했다. 경영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금융회사 위험관리, 이해상충행위 감독, 지배구조 정책 수립 등을 이사회 권한으로 명문화하기로 한 것이다.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로 바뀐다.
위원회는 CEO 승계계획 수립, 상시적 CEO 후보군 관리, CEO 후보 추천, CEO 후보 검증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CEO 승계원칙과 실제 CEO 후보 선임과정도 자세히 공시된다. 또 TF는 사외이사의 활동내역 책임도에 상응한 보상체계를 수립하고, 개인별 활동내역과 보수도 공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 △사외이사 보수 상한 설정 △CEO 및 사외이사 임기 상한 설정 △사외이사의 일정 비율 의무 교체 △공익이사제 도입 등 그동안 핵심 사안으로 언급됐던 내용들이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선진화 방안은 일회성 제도보다 실제 관행 개선에 중점을 두고, 지배구조의 공익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배구조 문제는 정답이 없고 개별 회사의 연혁과 특성에 따라 다양성이 존재하는 만큼, 이번 TF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기본원칙을 제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TF가 남발되자 미심쩍은 반응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금융위를 'TF위원회'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주요 사안을 TF에 의존하면서 지나치게 서둘러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졌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앞으로 발표될 주요 TF의 논의 결과에 대해서도 금융권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정책금융기관 재편 TF의 경우 선박금융공사 설립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TF는 금융소비자보호처와 금융감독원 분리가 핵심이지만, 금소처 분리는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결국 TF 운영의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을 봐선 TF가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자칫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도 제대로 이행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