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학점은행제의 예술교육을 생각해 보며

2013-05-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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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주 국제사이버대학교 서울예술캠퍼스 방송연예과 교수
김광주 국제사이버대학교 서울예술캠퍼스 방송연예과 교수=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보니 지인들에게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자녀가 어느 대학 부설의 사회교육원, 평생교육원, 학교, 진흥원 등의 이름으로 되어있는 연기과에 진학하려고 하는데 그곳이 진짜 대학이 맞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아이를 보내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이다.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에서 다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솔직하게 대답하기에 망설여진다.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에 몸담고 있을 때는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학점은행제의 장점을 설명해야 되고 그곳을 나오니 진학을 좀 고려해 보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보이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학점은행제 평생교육기관은 대학은 아니다. 그런데 국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명의로 학사학위(140학점 이상), 전문학사학위(80학점 이상)의 졸업장을 준다. 대학은 아니지만 대학졸업자의 자격과 동등한 라이선스가 발급되는 셈이다.

자격을 갖췄으니 대학원 진학도 가능하다. 이는 학점은행제의 최고의 장점으로 수많은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원동력 제공이다.

예체능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이 서울이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서울지역을 원하는 학생은 많고 대학의 연기과는 적고 지방으로 가기는 싫고 당연히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학점은행제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수요가 많으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S학점은행제와 서대문구에 위치한 H학점은행제의 성공은 예능, 방송 부문의 학점은행제 학교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학생이 많아지고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우후죽순으로 학점은행제 학교가 생기다보니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부작용은 이사장의 횡령사건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과목이 모자라 학생들이 졸업하지 못하는 부실교육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방대학의 학생부족 사태도 이런 맥락이다.

오죽하면 지방대학의 총장들이 모여 교육부장관에게 학점은행제를 막아달라며 탄원을 했다는 소문이 들릴까.

그런데 학점은행제 평생교육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학점은행제 평생교육의 근본적인 교육목적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정규대학에서 예체능교육을 하고 있는데 똑같은 학과와 과목을 중복되게 진행하는 이유가 있을까.

학점은행제 학교의 등록금은 한 학기에 400~500만원 수준으로 대학에 비해서도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또한 교육부 산하가 아니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이나 반값 등록금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학점은행제는 노동부 산하의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이런 제도가 한국에 도입되면서 서울지역 편중의 대학입시와 맞물려 기형적인 형태를 띤 입시생 위주의 학점은행제로 변질되고 있다.

서울에 있는 학점은행제 예체능 평생교육기관의 학생들은 어림잡아도 1만여명에 이른다. 지금과 같이 시설과 과목만 허가를 받으면 거의 정원에 구애받지 않고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는 제도는 보강이 됐으면 한다.

과대광고와 과잉상담이 판친다. 전국의 2200여개의 고등학교를 샅샅이 방문해 입시생들을 유치하고 관련 학원들을 찾아다닌다.

거의 모든 학점은행제 평생교육기관들이 홍보에 많은 돈을 들인다. 본래 취지인 ‘직업교육’은 어디로 가고 입시생 유치에만 혈안돼 있다.

이제부터는 양적인 교육과 질적인 교육을 상호보완해 학점은행제의 근본 취지에 부합하는 ‘직업교육’으로서의 평생교육을 시작할 때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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