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의 시장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향후 국내 해운업체들의 설자리가 더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억9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반면 국내 3대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STX팬오션은 지난 1분기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 1분기 이들의 영업손실액은 각각 한진해운 559억원, 현대상선 1317억원, STX팬오션 829억원으로 올해 남은 기간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는 있지만 시장 상황은 불투명한 상태다.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과 국내 업체들의 최근 선박 발주량을 보면 차이는 더 확연하다.
중국의 차이나시핑컨테이너라인(CSCL)은 지난 6일 사상 최대 규모인 1만84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했고, 머스크 역시 오는 6월부터 인도될 예정인 1만833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지난해 발주했다.
여기에 중동의 UASC가 이를 넘어서는 2만TEU급의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세계 시장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 해운사들의 발주 성적은 참담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 2011년 5척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2년 동안 발주가 한 척도 없고, STX팬오션은 2011년부터 발주가 없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3월 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그리스 선사에 매각했고, 현대상선과 STX팬오션도 각각 탱커와 LNG선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을 잇따라 발주하며 향후 시장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데 반해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투자는커녕 현금 마련을 위해 배를 팔고 있는 셈이다.
부채비율을 비교해 봐도 국내 해운사들과 글로벌 해운사들의 양극화 현상은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각각 697%, 799%인데 반해 글로벌 해운사들은 머스크 89%, 에버그린(대만) 68%, CSCL 86%, 등에 불과하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머스크 등 일부 글로벌 대형 해운선사들이 고연비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사이 국내 해운사들이 유동성 악화로 인해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향후 그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협회 차원에서도 이 같은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기금 마련과 금융지원 등의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