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남덕우 전 총리 추모> “박정희 대통령 곁에”…영면에 들다

2013-05-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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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영결식 엄수, 박 전 대통령 묘소와 200여m 거리<br/>“한 시대의 종언, 남겨진 몫은 후배가 이뤄내야”

22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고 남덕우 국무총리 연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아주경제 채명석·윤태구 기자= 고(故)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89년간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하고 자신을 공직자의 길로 ‘끌어들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곁에 영면했다.

남 전 총리 장례위원회는 22일 오전 9시 50분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고인의 영결식과 안장식을 엄수했다.
영결식에는 정 총리는 일정상 불참했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전날 한국에 온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의 아들인 나카소네 히로후미 의원과 벳쇼 고로 주한 일본 대사 등 1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영결식은 이재출 무역협회 본부장의 사회로 50여분간 진행된다. 고인에 대한 경례에 이어 김윤형 한국 외국어대 명예교수가 고인의 약력을 소개한 뒤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한 회장은 “고인께서 이룩하신 경제발전과 무역입국의 토대 위에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다”며 고인을 기렸다.

이어 이승윤 전 부총리는 조사를 통해 “연세대 강사 시절부터 50여년간 국내 경제 발전에 함께 머리를 맞댔다”고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 부총리는 “한 인간의 죽음보다 한 시대의 종언이다. 고인이 남긴 몫이 있다면 그것은 이제 후배들의 몫”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고인의 생전 활동상을 모은 추모영상이 공개되자, 유가족을 비롯해 영결식장에 자리를 함께 한 인사들이 곳곳에서 눈물을 적시는 모습이 보였고, 헌화 및 분향을 한 뒤 묵념의 시간, 유가족들의 인사를 끝으로 영결식을 마쳤다.

운구차로 옮겨진 고인은 현충원 국가유공자 3묘역에 마련된 장지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2011년 12월 별세한 박태준 전 국무총리, 김준 초대 새마을운동중앙회장 등 6명의 유공자가 영면한 곳으로 박 전 대통령의 묘소와 200여m 거리에 위치했다. 공간이 모두 찬 서울 현충원에서 박 전 대통령 곁에 가장 가까이 모실 수 있는 장소였다고 한다.

11시를 갓 넘은 시간 헌화 분향으로 시작된 안장식에는 영결식에 참석했던 인사 대부분이 참관했다. 영구를 감쌌던 국기를 유족에게 전달한 뒤 장지에 하관된 고인 위로 장남 남기선씨와 부인 최혜숙 여사 등 유족과 장례위원들이 차례로 관 위에 허토했으며, 군 의장대의 조총 발사를 끝으로 안장식은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영결식은 오전 7시 지난 5일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됐던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환송예배를 시작으로 현충원 국가유공자 3묘역에 안장된 정오까지 약 5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100여명의 친지와 과거에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이 아침 일찍부터 찾아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환송예배는 온누리교회 이용만 장로의 대표 기도, 박태효 목사의 인도, 이재훈 목사의 설교 및 축도로 30여분간 진행됐다. 이재훈 목사는 “나라에 대한, 국민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분으로 청렴결백했던 정치가의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고인의 희생이라는 뿌리가 있어 대한민국이라는 나무가 자랄 수 있었다”고 고인의 업적을 되새겼다.

이어 “고인은 위기와 격동의 시대에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을 돌아볼 틈도 없이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이라면서 “이런 정치가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참석자들은 찬송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함께 부르며 슬픔 속에 고인을 기렸다.

장남 남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다는 사실에 아버님도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이라면서 “바쁘신 와중에 참석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예배를 마친 뒤 국군 의장대에 의해 운구차량으로 옮겨진 고인은 7시 50분경 삼성서울병원을 출발했으며, 8시 경 자택인 서울 대치동 포스코 더 샾을 잠시 들른 뒤 한국무역센터 앞 도로에 멈춰 거리에 도열해 있던 400여명의 무역협회 직원들로부터 작별 인사를 받았다. 무역센터는 고인이 국무총리를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친 직후인 지난 1983~1991년 무역협회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설계부터 완공까지 진두지휘한 국내 대표 무역 인프라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남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에 매진하던 1969∼1978년 재무부 장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내며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초기에 국무총리를 역임 한 뒤 관직을 떠났다.

이후 무역협회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원로자문단 좌장,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 등을 맡아 한국 경제의 원로로서 생의 마지막까지 힘써왔다.

지난 20일 빈소를 조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고인의 영전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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