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양국의 환율로 인한 가격경쟁력이 짧은 기간에 급속한 변화를 보이게 된 것이다.
한국은 과거 두 차례 원고(高) 및 엔저(低)를 동시에 경험한 적이 있다. 지난 3차 시기의 원·엔 환율은 1차, 2차 시기의 환율 변동폭 30% 정도가 2~3년에 걸쳐 이뤄졌으나 최근의 환율 변동은 6개월 이내에 이뤄지고 있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1차 원고·엔저 시기는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도약했던 우리 해외건설의 제2 부흥기(1994~1997년)와 겹쳤다. 2차 원고·엔저 시기 역시 2007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해외건설 2차 중동 붐과 일부 겹치기도 했다. 따라서 이 시기들이 우리 해외 건설업체들에겐 오히려 기회로 활용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겠다.
한편 2000년대 들어 엔저 진행 시기는 총 세 차례 발생했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진행 시기 역시 최근의 엔저 진행 흐름에 비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 시기에도 원화의 흐름과는 대체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이번 엔저 상황이 정부 재정 악화 등 많은 국내의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이고 인위적인 처방을 통해 경제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뒤처지고 있는 해외건설 분야에 대해 재팬 패키지처럼 범정부 차원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체제 구축을 통해 단기간 내에 시장 만회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속도로 악화된 해외건설업 전반에 대한 경쟁력 회복을 위해 우선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 수주전략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 해외건설업과 엔저 상황은 우리의 수주 경쟁력에 있어 매우 큰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가격경쟁력 확보의 큰 두 축이 기자재 수입과 인건비 부분인데, 일본과 주로 경쟁하는 분야가 플랜트 분야에서도 원자력발전과 같은 고부가가치 공종이다.
또한 금융을 동반한 투자 개발형 사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일본 업체들이 최근의 엔저로 인한 통화 경쟁력을 앞세운 일본의 초대형 금융기관들의 공격적인 지원 행보와 맞아떨어진다면 최근 몇 년간 격차를 벌린 우리 해외건설업의 위상이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의 엔저 현상으로 당장 수주에 실패한 사례가 크게 감지되고 있지는 않고, 장기간에 걸쳐 해외시장 개척에 공들인 우리 해외건설업체들은 진출 기반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는 만큼 당장은 환율에 의해 입찰 결과가 뒤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러한 환율 괴리 상황이 지속된다면 분명히 국내 건설업체들에는 위협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해외건설업체들은 지금의 엔저 상황을 지나친 견제보다는 전체 해외사업 수익성 제고와 맞물려 비용 절감의 계기로 활용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개발도상국의 신도시, 수자원 등의 개발 마스터플랜 수립을 지원한 후 수주와 연결하는 패키지형 수주를 확대한다거나 기업별로 진출지역 및 전문 공종을 특화함으로써 동일 지역 및 동일 공종에서 우리 기업간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