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이 골프에 입문하던 아홉살 때부터 아들을 뒷바라지해온 시옥희씨(57). 아들이 미국PGA투어에서 첫 승을 거둔 순간에도 절에서 새벽기도를 했다고 한다. 지난 2007년 SK텔레콤오픈에서 시옥희씨가 직접 골프백을 메고 캐디역할을 하며 아들의 생애 두 번째 우승을 돕고 있다.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엄마가 그 시간에 절에 가서 기도하신다고 들었어요. 한국에 계신 엄마의 기도발 덕분에 합격한 것이라고 봅니다."
프로골퍼 배상문(27·캘러웨이)은 2011년 12월 초 미국PGA투어의 등용문인 퀄리파잉토너먼트에서 공동 11위로 합격한 후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1년5개월여가 흐른 2013년 5월 19일 배상문이 미PGA투어 바이런넬슨챔피언십에서 투어 첫 승을 올리자 그의 어머니 시옥희씨(57)는 이렇게 기쁨을 표현했다.
여느 골프선수와 부모도 그렇지만, 배상문의 첫 승 뒤에는 어머니 시옥희씨가 있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시씨는 아들이 아홉 살 때 골프채를 잡은 이래 염주를 쥐고 아들 뒤를 따라다녔다. 캐디가 있을 땐 갤러리였지만, 캐디가 마땅치 않았을 땐 직접 골프백을 메고 아들과 호흡을 맞췄다.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간섭하기도 했고 아들의 경기가 안 풀릴 땐 즉석에서 야단친 적도 많았다. 이 모든 것은 아들의 성공만을 바라고 한 일이었으나 주위에서는 '극성 엄마'라며 눈총을 주기도 했다.
제주 라온GC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는 아들의 동료 프로 고모와 클럽하우스에까지 와서 큰 소리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레이크사이드CC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 때에는 아들의 드롭 잘못을 곧이곧대로 지적한 양용은 프로에게 "후배한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얼굴을 붉힌 적도 있다.
시씨는 "아들을 혼자 키우다 보니 그 때는 너무나 절박했다"며 "아들이 사춘기 때에는 많이 다투기도 했는데 그래도 크게 반항하지 않고 따라준 아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골프선수 아들을 20년간 뒷바라지하다 보니 시씨는 골프 전문가가 되다시피 했다. 아들이 한국과 일본투어에서 상금왕에 오르고 미국에 진출해서도 크게 흠잡을 데 없는 길을 가고 있는데도 시씨는 100% 만족하지 못한 듯하다. 시씨는 아들의 단점으로 산만함을 꼬집는다. 그는 "타이거 우즈 등 유명 선수들이 다른 점은 그린에서 고도로 집중하는 것"이라며 "그린을 건성으로 보는 아들의 경기 태도가 가장 못마땅했다"고 털어놓았다.
아들도 처음에는 어머니의 극성이 주위 사람들에게 민망하고 창피했지만,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시씨는 올 시즌 초 미국에 가 아들에게 새 캐디를 붙여주었다. 그러고는 아들에게 "시즌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고 당부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배상문이 미국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릴 때 시씨는 경남 합천 해인사에 있었다. 시씨는 석가탄신일 하루 전날인 16일부터 해인사 홍제암에서 새벽까지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석가탄신일을 끼고 미국 대회가 열리자 어머니는 절에 갔고 아들은 어머니의 기도에 화답하듯 첫날부터 상위권을 유지하다가 마침내 우승 소식을 전했다. 우승 상금은 13억5000만원이다.
시씨는 "아들이 한국·일본에 이어 미PGA투어에서도 우승했으니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며 "앞으로 골프장에서 소리지르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배상문에게 어머니는 부모이자 골프 코치였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이 들어 있는 5월에 어머니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겼으니 그는 효자이자 '난 선수'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