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피에스엠씨(PSMC) 노조원 두 명이 한 달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PSMC는 현재 회계처리 위반으로 거래소로부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는 코스닥사다.
이번 시위에서 의아한 것은 노조가 상장 유지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조는 상장 폐지를 바라고 있다. 생계 때문이다. 거래소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들어간 PSMC 사측은 임금 삭감, 인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 확충으로 회사를 키우려던 거래소 상장이 되레 직원 목줄을 죄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목줄을 쥔 사람이 갑이라면 목줄을 잡힌 사람은 을이다. 요즘 뭇매를 맞는 남양유업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도 팔리지 않는 물건을 떠넘길 수 있는 남양유업이라는 갑과 제품이 팔리지 않을 것을 알고도 떠안아야 하는 대리점주라는 을이 있다. 먹이사슬로 이어지는 기업 생리 속에 을에 대한 횡포가 비윤리적이기는 남양유업이나 PSMC 모두 한결같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런 비윤리적인 기업에 투자자가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남양유업 사태가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상황에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5% 가까이 떨어졌다. 돈 앞에서는 선도 악도 없는 증시에서조차 투자자가 비윤리적인 기업에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기업 윤리는 회사 이미지와 직결된다. 특정 기업이 비윤리적인 기업이라고 낙인 찍히는 순간 소비자뿐 아니라 직원까지 회사에 등을 돌린다. 주식에 투자할 때도 기업 윤리까지 따져가며 회사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경영자들의 윤리 경영이 중시되는 상황이다. 최근의 경영 마인드는 수익성에 앞서 도덕적 경영이념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