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됐지만 부총리 임명이 늦어지면서 상반기 인사는 소폭 변화로 내실을 기했다는 평가다. 새 정부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을 꾀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 가운데 가장 변화가 많은 곳은 과장급 인사다. 지난 15일 단행한 과장급 인사는 실무진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예산실이 대폭 물갈이 됐다.
기재부 내에서 가장 많은 과를 보유한 예산실은 19개과 가운데 16개과 과장이 바뀌었다. 세제실이 17개과 가운데 8개과 과장이 이동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개편인 셈이다.
이 같은 예산실의 큰 폭 인사이동은 인사 실무진이 세출구조조정 등 향후 예산정책의 윤곽을 잡기 위한 키잡이 역할을 맡게 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절반가량의 인사이동이 이뤄진 세제실은 새 정부가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변화와 더불어 신중을 기한 모습이다.
이번 과장급 인사는 변화와 안정을 적절히 반영한 모습으로, 국정과제 실천과 재원 조달을 위한 세수확보 방안에 주력하겠다는 현 부총리의 의중이 반영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초기 국정과제와 세수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이기 대문에 대폭보다는 소폭으로 안정화를 꾀했다"면서 "이번 인사이동은 현 부총리의 경제체제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산실의 첫 여성 과장에 임명된 장문선 예산관리과장도 이목을 끌 만하다. 그간 세제실 등에는 여성 과장이 있었으나, 예산실에 여성 과장이 배출된 것은 처음이다.
기재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및 양성평등 확산이라는 금번 정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향후에도 기재부의 능력 있는 여성 직원들이 과장급 등 고위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실장급 이상 고위공무원에 행시 27~28회를 중용하며 정책을 원활히 추진하도록 부서간 호흡을 강조했다.
예상했던 행시 30회 1급 승진은 이번 인사에서 제외됐다. 대신 실·국장급에서 주류를 이뤘던 27~28회 출신이 대거 포진되며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이 구성됐다. 은성수 국제금융정책국장, 김낙회 세제실장이 행시 27회이고, 정은보 차관보와 방문규 예산실장이 각각 28회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장급은 변화보다 내실에 중점을 뒀다. 새 정부 경제정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선발한 것"이라며 "1급 내정자들이 행시 27~28회로 포진된 만큼 유기적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장급 역시 과장급에서 승진 없이 이뤄져 큰 틀에서 변화가 적었다. 1급으로 승진하거나 외부로 보직을 옮긴 공석을 메우는 데 주력했다. 경제정책국, 장기전략국, 공공정책국 등 주요 부서는 기존 국장을 그대로 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