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중국식품포장·3노드디지탈 등 국내에 상장된 중국계 상장사의 자발적 상장폐지가 이어지고 있다. 부진한 주가 탓이다. 이에 아직 남아있는 중국계 상장사들에 대한 자진상폐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국식품포장은 이날 장이 시작되기 전 자진상폐 결정을 공시했다. 3노드디지탈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중국 기업의 자진상폐 소식이고, 2009년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약 4년만이다.
더불어 국내 상장된 중국기업 중 최초로 한국사무로를 개소하며 기업 홍보에도 적극적이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중국 기업에 대한 평가절하 현상인 ‘차이나디스카운트’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왔다.
2009년 상장 당시 공모가 1500원으로 시작한 중국식품포장은 상장 직후 주가가 1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2011년부터는 2000원선까지 내려앉았고 이달 들어선 3700원선을 맴돌았다.
홍콩 현지에 있는 중국식품포장 한 관계자는 “한국에 상장했지만 자금 조달 측면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됐다”며 “중국 현지에서도 충분히 자금조달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 자진 상폐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미 자진상폐를 결정한 기업들 외에도 대부분 중국계 기업들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향후 더 많은 중국 기업의 한국 증시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매거래가 중단된 중국고섬을 제외하고 현재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중국기업은 12곳이다. 이 중 중국원양자원과 중국식품포장, 차이나그레이트 3곳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 보다 낮게 형성됐다.
15일 기준 화풍집단 주가는 1415원으로 공모가 5600원보다 75% 낮은 상황이다. 이외에도 웨이포트(-69%) 이스트아시아홀딩스(-62%) 글로벌에스엠(-61%) 차이나하오란(-60%) 3노드디지탈(-52%) 에스앤씨엔진그룹(-46%) 차이나킹(-26%) 완리(-26%) 등이 주가가 공모가 보다 낮았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 증시에서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거래소에는 이를 따로 관리해 줄 만한 소관 부서도 마련돼 있지 않다.
거래소는 상장된 중국기업에 대해 기업설명회(IR) 개최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이는 국내 코스닥 상장사에 제공하는 IR 지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 중국 기업에 대한 공시 관리 역시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공시부에서 일반 국내 기업 상장사와 함께 이뤄지고 있다.
오영탁 한국거래소 팀장은 “현재 국내에 상장된 중국기업이 12개가 있는데 이들을 따로 관리할 만 한 여력이 없다”며 “중국기업 자진상폐는 결국 부진한 주가가 이유인데 주가와 관련해 거래소가 취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 중국계 기업 관계자는 “차이나디스카운트가 국내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며 “실적이 좋은 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 후 성공적으로 자금을 유치했다면 뒤따르는 업체들이 많아지겠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