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택, 특히 아파트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인데도 이상하게 인근 새 아파트보다 비싼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강남권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지은지 30년이 넘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 이 단지의 전용면적 56㎡형 시세는 8억8000만~9억2000만원이다. 반면 바로 옆에 있는 입주 8년차 송파 동부센트레빌 전용 85㎡형은 6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송파 동부센트레빌이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이고 면적도 더 넓은데 집값은 오히려 저렴하다.
이유는 바로 '재건축'에 있다. 시영아파트는 재건축 추진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지난 7일에는 재건축 정비사업 계획안이 통과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재건축사업을 통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거듭난 단지들을 통해 그 답을 찾아봤다.
지난 2008년, 2009년에 각각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 자이'. 각각 반포주공2단지와 3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다. 강남고속터미널을 사이에 두고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단지로 쌍벽을 이루고 있다.
이들 단지는 재건축 이전 집값이 3.3㎡당 최저 4800만원, 최고 9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강남권 최고급 아파트였던 도곡동 타워팰리스나 삼성동 아이파크와 비교해도 3.3㎡당 최대 두 배까지 차이날 만큼 가격이 비쌌다.
집값 버블이 심하던 2005년 반포 주공3단지 전용 45㎡형의 경우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17억원까지 치솟았다. 전용 244㎡형을 분양받은 일부 조합원들이 향후 신축 아파트값이 추가부담금 약 10억원을 포함해 26억~27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 때문이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미래가치가 미리 가격에 반영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현재의 가치는 수요자들에게 바로 드러나지만 미래의 가치는 쉽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개발 이익이 크기도 하지만 위험과 변수도 상당하다. 추진위원회 구성에서 새 아파트 입주에 이르기까지 10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또 사업 추진 과정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따라서 단지별로 제각각인 사업 속도 및 대지지분, 용적률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같은 재건축 단지라도 대지지분이 다른 경우가 있다. 가락시영아파트의 경우 1차 40㎡형의 대지지분은 49㎡, 2차 39㎡형의 대지지분은 56㎡다. 이에 따라 아파트값도 1차 40㎡형은 5억1000만~5억2000만원, 2차 39㎡형은 5억6000만~5억7000만원으로 차이가 난다.
정책적인 변수도 있다. 한강변 재건축의 경우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시 '한강 르네상스사업'이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전면 폐기되면서 지역·단지별로 최고층수가 제한됐다.
2006년 도입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는 재건축 아파트값 폭등을 막기 위해 재건축으로 인한 시세 차익의 최대 50%를 정부가 거둬들이는 제도다. 다만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4년말까지 이 제도의 적용을 유예한 상태다. 이 때까지 안전진단 후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하면 초과이익 환수를 면제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