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은행권의 부실대출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건설업과 조선업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부실채권이 급증했던 2010년의 사례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실채권비율은 은행의 총 여신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즉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점점 높아지기 시작한 부실채권비율은 2010년 말 2%에 육박했다.
당시 7개 시중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우리은행이 3.34%로 가장 높았으며 국민은행(1.79%), 하나은행(1.5%), 한국씨티은행(1.36%), 외환은행(1.34%), 신한은행(1.31%),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1.01%)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의 부실 규모가 커지고, 조선업 경기가 침체되면서 2010년 말 부실채권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2011년 1.36%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탔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6년간 부실채권비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우리은행(1.03%포인트)으로 유일하게 1%포인트 이상 올랐다.
나머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비율 상승률은 국민은행(0.62%포인트), 외환은행(0.56%포인트), 씨티은행(0.47%포인트), 신한은행(0.35%포인트), 하나은행(0.31%포인트), SC은행(0.02%포인트) 순으로 높았다.
지난해까지 안정세를 되찾는 듯 보였던 부실채권비율은 올 3월 말 지난해 12월 보다 0.13%포인트 높은 1.46%로 다시 상승했다.
부실채권 규모는 기업 16조6000억원, 가계 3조6000억원, 신용카드 3000억원 등 총 20조5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조원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2010년과 마찬가지로 부실채권 증가의 원인이 건설업과 조선업 등 경기민감업종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기업 구조조정 관련 신규 부실 채권 발생으로 지난해 말 1.66% 보다 0.13%포인트 상승한 1.79%를 기록했다.
신규 부실은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STX건설, 썬스타 등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따라 발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기회복 지연과 엔저 지속, 내수경기 부진으로 기업 및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돼 향후 부실채권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조선업, 건설업 등 경기민감업종과 가계 및 개인사업자 여신 등 취약 부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엄격한 자산건전성 분류를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