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를 단속하는 정부 유일의 조직임에도 해당 고위 간부들이 단속정보를 흘려 뒷돈을 챙기다가 적발되는가 하면 수수료 과다 인상을 통한 추가징수액을 직원 자기계발비로 도용하는 편법도 저지르고 있다.
9일 감사원 및 각 공기업에 따르면 최근 석유관리원(이사장 강승철)의 1~2급 고위 간부들이 가짜석유 단속정보를 흘리고 뒷돈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짜석유' 근절을 외치면서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특히 석유관리원이 가짜석유를 단속하는 유일한 정부기구라는 점에서 이 같은 비리사건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석유관리원의 이런 독버섯 같은 비리 행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석유관리원은 지난 2002~2005년 사이에 품질검사 수수료를 140% 인상해 임직원 급여를 58% 올리고 차량운용 보조비를 지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06년에는 품질검사 수수료를 45.3% 과다 인상해 101억6900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추가징수하면서 이를 직원 자기계발비, 신축부지 구입 등으로 방만하게 집행했다. 소비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배만 채운 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석유 품질검사를 위해 사용하고 남은 휘발유와 경유 등을 직원들에게 시중가의 20~30%에 불과한 싼 값에 공급하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
석유관리원은 지난 2005년부터 2008년 4월까지 총 휘발유 27만787ℓ와 경유 19만3255ℓ를 직원들에게 세전 공장도가격을 적용해 판매했다.
2009년에는 품질검사 후 남은 휘발유 9만ℓ 중 4만6000ℓ(52%)를 ℓ당 602원에, 2010년 7월까지는 4만4000ℓ 가운데 2만5000ℓ(57%)를 705원에 직원들에게 팔았다. 이는 해당연도 평균 휘발유 주유소 가격인 1600원과 1703원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2011년에도 전국 주유소에서 휘발유 10만90155ℓ(2억2000만원), 경유 10만3534ℓ(1억9000만원)를 사들인 뒤 휘발유는 13.7%인 1만4869ℓ, 경유는 13.2%인 1만3571ℓ만 시료로 사용했다. 나머지는 직원들에게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거나 업무차량에 쓰는 등 본인들의 잇속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
아울러 지난 2005년 직원 9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2011년에는 회계를 담당하는 직원이 21억원을 횡령하는 비리 행태도 드러났다. 임직원들의 뇌물과 횡령 등 각종 '모럴 해저드 악성종양'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는 "외부 감시기관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권한만 강화된 데 따른 부작용"이라며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와 경쟁체제 도입 등 강력한 재발 방지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