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포항에서 열린 4세대 방사광가속기 기공식에서 참석자들이 기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른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에서 셋째부터 오른쪽으로 김용민 포항공대 총장,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이병석 국회 부의장, 김관용 경북지사. |
가속기 구축을 맡고 있는 고인수 추진단장은 "터를 닦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6개의 언덕을 깎고 흙을 파내는 공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진입로가 난 곳 반대편에는 22층 높이의 교수 아파트가 보였다. 당초 진입로 쪽에서 전자를 아파트 쪽으로 쏘는 것으로 결정이 돼 있었으나 주민들이 꺼림칙하게 여기는 것 같아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인근의 15만4000V 송전탑을 철거해 지하화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현장은 1994년 준공된 3세대 방사광가속기 바로 옆이다. 이곳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구조물을 본격적으로 올리는 것을 기념해 기공식을 했다.
기공식에는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이병석 국회 부의장, 김시중 전 과학기술처 장관, 김관용 경북 도지사 등 300명이 참석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
4세대 방사광가속기로 국내 과학계에는 새로운 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미세 생명현상이나 극도로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화학현상 등을 관측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가 자기장 속을 지날 때 꺾이면서 나오는 빛을 이용하는 장치로, 물질의 미세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과 같은 기능을 갖췄다.
X선을 통해 몸 속의 뼈를 촬영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방사광가속기의 빛은 다른 광원에 비해 밝기가 1만~1억배 이상으로, 3세대까지는 세대가 넘어갈수록 빛의 밝기가 1000배 밝아지지만 4세대는 3세대보다 100억배 밝은 빛을 제공한다.
고 단장은 "4세대는 엄밀히 말하면 차원이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세대는 3세대와 달리 살아 있는 세포의 움직임 등 동적인 영역을 관측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각의 빛이 촬영한 영상을 앞뒤로 다시 배치해 움직이는 영상을 얻을 수가 있고, 세포핵 등을 여러 방향에서 촬영한 영상을 모아 입체적인 화면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3세대는 빛이 상대적으로 길게 쏘아지면서 물질의 동적 현상을 포착할 수 없지만, 4세대는 이 시간이 1000배나 짧아 수십조분의 1초의 순간, 1000조분의 1초에 해당하는 펨토 초 세계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에 대한 규명을 할 수 있게 된다.
미지의 세계였던 원자들의 동적 현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크기가 1m의 10억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나노 크기의 물질을 볼 수 있는 현미경 역할을 하게 된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단백질을 결정화하지 않고도 분석할 수 있어 신약 개발이나 광합성 작용 규명이 가능해지는 등 생명과학분야나 신물질, 신소재, IT, 반도체소자산업, 의료분야 등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고 단장은 "3세대가 백화점식으로 여러 파장에 대해 실험을 할 수 있다면 4세대는 보다 세밀하고 수준 높은 실험을 하는 소수가 이용을 하게 될 명품관 역할을 할 것"이라며 "4세대는 물 분자의 산소와 수소가 붙는 초고속 화학반응 등을 찍을 수 있는 유일한 사진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3세대는 전자를 쏴주는 30개의 빔라인을 통해 넓은 파장대로 빛을 쏘면서 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자외선이나 내부의 성질을 연구하는 투과성의 X선 등을 활용하지만, 4세대는 주어진 빛 하나로 정교하게 관측을 할 수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연구자들이 주로 이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