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가 금리를 내린 것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경기 상황과 주요국들의 통화완화 움직임, 정부 재정정책과의 공조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리 인하로 인해 금통위의 경기인식이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그간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현재 국내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부진한 각종 경제지표에 따른 저성장을 우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일 내놓은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도 생산과 투자, 수출이 부진한 양상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중 광공업 생산은 전월대비 2.6% 하락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1.0% 감소했다. 설비·건설투자 역시 전월에 비해 각각 6.6%와 3.0% 줄었다.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지난달 수출도 전년동월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는 이미 성장을 위한 발판을 깔았다. 금통위는 이번에 금리를 내리면서 정부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시너지를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변국들은 통화완화 기조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인도, 호주중앙은행이 0.25%포인트씩 금리를 낮췄다. 올해 여름 총재가 바뀔 예정인 영국과 러시아는 이미 추가 완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다수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누누히 주변국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주변국들과의 내외금리차로 자본유입이 확대되면 환율 하락을 불러와 수출에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앞서 한은은 저리의 엔화로 외화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확대를 우려하며, 일본 내외금리차가 여기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 다중채무자 등으로 질이 나빠지고 있는 가계부채, 1%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자물가 등이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에 좀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였다. 김 총재가 최근 잇따라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금리를 총 0.5%포인트 내린 것은 상당히 크다"며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나라에서 0%대로 금리를 낮춘 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국가가 없다"고 말했다. 저금리에 대해 부정적인 데다, 이미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이번 금통위 결정은 금통위원들이 인하 쪽에 손을 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에도 금통위원들이 동결과 인하를 놓고 3:3으로 나뉜 가운데 김 총재의 캐스팅보트로 동결이 결정됐다. 당시 인하를 주장했던 위원 셋은 모두 외부 추천으로 온 인사들이었고 동결은 당연직인 박원식 부총재와 한은 추천으로 온 문우식 위원, 그리고 재무관료 출신의 임승태 위원이 손을 들었다. 이번 인하 결정은 임승태 위원이 인하 쪽으로 기운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임 위원은 정통 매파(긴축 지지)로 분류되지만 재무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성장에 방점을 찍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편 지난 7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종사자 1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3%가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