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 '초록 풍경'담은 김보희 "자연보다 더 좋은게 없다"

2013-05-03 18:31
  • 글자크기 설정

학고재갤러리서 8일부터..제주에서 만난 식물·바다 풍경 19점 전시

초록의 풍경이 넘실거리는 김보희의 개인전이 열리는 학고재갤러리.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찬란한 봄, 미리 여름을 데려온듯 초록의 싱그러움이 넘치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가 오는 8일부터 여는 한국화가 김보희(61·이화여대 동양화과)교수의 '투워즈(Towwards)'개인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잎사귀가 넘실거리는 '초록빛 풍경'에 압도된다. 마치 앙리 루소의 '밀림 풍경화'처럼 야생식물의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초록색은 제주에 가서 나왔어요."

3일 학고재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제주도에 살면서 자연보다 더 좋은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전 미인도나 인물화를 그리던 그는 8년째 제주도에서 살면서 저절로 풍경 작업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

이번 전시는 작가가 바다와 식물을 소재로 지난 6년간 작업해온 '투워즈' 연장선이다. 사실성과 추상성의 미묘한 중간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동양화다.

우리가 무심코 보고 지났던 익숙한 자연 풍경을 정직하게 가져왔다. 바라보고 관찰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자연이 아니라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이해하고 공감한 자연의 존재감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신혼여행(1975)때 제주도에 반해, 말년엔 여기서 살자고 했는데 제주도에 진짜 집을 짓게됐어요."

작가는 "서귀포에 남편이 일년을 걸려 2층집을 만들어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다"고 했다. 남편이 살고있다는 제주 집은 1층은 살림집, 2층은 온전히 작가의 작업실로 쓰고 있다.
김보희 Towards.

"제주도는 공기부터 다르다"며 제주 예찬하는 작가는 자연의 튼튼한 육질속에서 관상용 계절이 아닌 진짜 자연을 체험했다.

서울에서 먹고,살고 볼때와 달랐다. 산책할때나, 그저 멍하니 바라볼때도 제주풍경은 그림같았다.

섬세하게 변해가는 나뭇잎의 농도, 푸른 쪽빛의 바다, 크고 굵은 선인장, 널어놓은 빨래에 붙은 연두빛을 간직한 개구리, 이파리속에 숨은 도마뱀, 둥근달이 휘엉청 뜬 달밤등 눈에 스며든 풍경은 자연스럽게 화폭에 들어앉았다.

사시사철 푸른 제주의 야자수. 식물들, 바다는 캔버스위에 원초적이고 입체적인 색감으로 옮겨졌다. 제주도의 자연에 매료된 그는 "푸른색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생명의 근원을 발견했다"고 했다.
김보희. 여인초.280*180cm.2013.

'거인처럼 커다랗고 푸른 잎사귀'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 전시장 입구엔 신선한 수액을 빨아들이듯 초록의 '여인초'가 눈길을 끌어당긴다.

'나그네 나무'로도 불리는 '여인초'는 높이가 10~25m까지 크는 식물. "긴 줄기와 큰 잎이 가진 기하학적인 형상에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꼈다"는 작가는 "햇빛에 반응하며 위를 향해 자라는 푸른 나뭇잎의 잎맥을 관찰하며 끊임없이 엇갈리듯 오고가는 자연의 섭리를 보았다"고 했다.

여미지등 식물원에서 본 열대식물들이 뒤엉킨 그림은 무궁무진한 자연본연의 생명력이 꿈틀댄다.

자연속에 들면 인간은 늘 겸허한 존재. 바다물결이 이는 듯한 착시를 선사하는 바다작품은 끝없는 고요속으로 이끈다.

오래전부터 바다를 소재로 작업해온 작가가 담담하게 그려낸 '바다 작품'은 길게 뻗은 수평선을 중심으로 바다의 잔잔한 물결과 하늘의 넓은 여백으로 공감각적 환각도 선사한다.

중국의 유명 평론가이자 독립큐레이터인 황두는 "김보희의 작품에서 만물의 영성을 느낄수 있다"며 "그녀의 그림은 마치 자신을 자연속에 두고 응시하는 자세로 자연세계를 보는 달관과 신비, 그리고 안정감과 몽환적인 쾌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전시서문에 썼다.
제주 바다를 담은 김보희의 Towards.

강렬한 색감으로 서양화같지만 호분을 섞고 분채를 사용한 동양화다. 종이를 이어붙이다가 천으로 캔버스를 만들어 쓴다. 야생의 생명력이 더 느껴지는 건 작품의 크기 때문. "힘이 있을때 대작을 하자"는 작가의 의지와 열정도 담겼다.

환갑이 지난 작가는 "가슴이 쾅하고 내려앉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열망이 유효함을 드러냈다. 2년에 한번씩 전시를 열어온 그는 "앞으로 입체,조각도 하고 싶다"는 마음도 내보였다.

"여섯살난 손자가 언제쯤 데이트 할수 있는지 전화를 걸어왔어요"

작업할때는 오로지 그림만 그리는 탓에 그동안 손자를 보지못했다는 작가는 초록의 광합성 넘치는 작품앞에서 소녀처럼 말했다.

"제가 제주에서 감동받았던 자연의 느낌을 같이보고 같이 느끼고 싶어요." 전시는 6월 9일까지.(02)720-1524

◆김보희=1974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1976 동 대학원 순수미술과 졸업. ▲개인전= 17회. ▲수상=제2회 월전미술상(1992),제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1983), 제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1982),제17회 한국 미술협회 은상(1981),30회 국전 특선.▲작품소장=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대한민국대사관(베이징),쿠웨이트 대한민국대사관(쿠웨이트),파라다이스 호텔,대한생명 63빌딩,산업은행.
제주 오솔길을 산책하다 만난 달밤풍경을 담은 김보희의 towards 천 위에 채색.300x150c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