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개발 기로… 코레일-민간출자사 치킨 게임에 결국 무산되나

2013-04-0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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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오후 5시 이사회 열고 청산 결의<br/>민간출자사 및 서부이촌동 주민 소송 이어질 듯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단군 이래 최대 규모 개발사업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청산 여부가 곧 판가름 난다. 자금난에 몰려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을 맞았던 용산 개발은 최대 주주인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간 이견으로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지 못해 무산 위기에 놓여 있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이날 오후 5시 이사회를 열고 용산 개발 사업 협약과 토지매매계약 해제를 결의할 예정이다.

앞서 코레일은 민간 출자사 28개를 대상으로 코레일 주도의 정상화 방안을 내놨지만 17곳만이 동의해 특별 합의서 마련이 무산된 바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민간 주도 사업임에도 민간 출자사들이 자금 마련을 못해 채무불이행을 맞았고 기득권 상호 양보라는 제안도 거절했다”며 “더 이상 대안은 없고 법과 원칙에 따라 사업 해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사업협약 해제 및 토지매매계약 해제를 결의한 후 9일 토지반환금 2조4000억원 중 일부인 5400억원을 낼 계획이다. 22일에는 토지매매계약 해제, 29일 사업협약 해지를 각각 통지하고 이달말 2400억원의 사업이행보증보험금을 받아 청산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간 출자사는 당초 이에 대해 계약상 6월 7일 이전에 토지반환금을 반환해도 사업이 청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청산 결정이 앞으로 다가오자 분주한 분위기다. 민간 출자사끼리 새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코레일에 제안할 계획도 세웠다.

코레일 관계자는 “아직까지 민간 출자사들로부터 다른 제안이 오진 않았다”며 “오전 경영전략회의에서 청산이 결정된 만큼 이사회에서도 용산 개발을 청산하는 것으로 결론날 것”이라고 전했다.

용산 개발 사업이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일단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간 사업 무산에 대한 책임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 출자사들은 사업 무산으로 최초 납입자본금 7500억원과 1차 전환사채 발행액 1500억원 등 1조원 가까운 손실을 입게됐다. 여기에 법정 이자와 수주 잔고 감소 및 기회 손실에 대한 보상금 등 3조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도 토지반환금 납입에 따른 자본잠식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에게 운영사업과 부대사업 회계를 분리할 것을 지시하는 등 추가적인 자금 조달 막기에 나서 경영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용산 개발 사업에 편입됐던 서부이촌동 2200여가구 주민들의 반발도 큰 숙제거리다. 이미 2007년부터 사실상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주민들은 사업 무산 시 서울시와 코레일 등에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갈 방침이다.

서부이촌동 11개구역 대책협의회측은 가구당 1억~3억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고 보고 손해를 준비 중이어서 소송 금액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산권이 첨예하게 얽혀 있어 조심스러운 문제지만 이대로 더 진행됐다가는 더 큰 피해를 불러일으킬만큼 준비가 부족했던 상황”이라며 “사업규모를 조정하고 계획도 다시 짜는 등 원점에서부터 새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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