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중하러 남도로 떠나볼까요... 경남 통영

2013-03-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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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교에서 바라본 통영운하의 일몰

아주경제 강경록 기자= 봄이 오는 소식을 찾아 남쪽으로 향합니다. 5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통영은 이미 봄 기운이 만연합니다. 혹여나 입었던 두툼한 외투를 벗어던지고 남쪽 바다로 부터 불어오는 따스한 봄 바람을 온 몸으로 맞아봅니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따스함이 감도는 바닷바람을 맞고 있자니 자연스레 마음까지 포근해지는 느낌입니다. 겨우내 그토록 그리워한 봄이기에 남쪽으로 봄을 마중하기 위해 오른 여행길입니다. 더 가까이 가고픈 마음에 배를 몰아 먼 섬으로도 향했습니다. 어느새 봄은 우리곁으로 한발짝씩 다가왔습니다. 살이 잔뜩 오른 도다리와 해쑥으로 만든 도다리 쑥국을 먹으며 봄내음을 즐기고,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한 소매물도와 동백꽃으로 물든 장사도에서 찾아 실컷 봄을 만끽해봅니다. 어디쯤 봄이 왔을까요. 봄 소식을 조금이라도 일찍 듣고 싶다면 봄빛 완연한 통영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통영 도남관광지에서 요트를 즐길수 있다.

◆통영은 봄이다.
서울에서 통영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은 여정이다. 교통편도 많지 않을 뿐더러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해도 족히 5시간은 넘게 걸린다. KTX나 비행기를 타더라도 다시 버스를 이용하거나 차량을 렌트해 이동해야 하기에 조금은 불편하다. 물론 각자 취향에 맞게 이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만약 버스를 이용한다면 차장 밖 풍경을 바라보는 '봄이 오는 길'을 따라 시선으로나마 잠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3월 초, 통영은 이미 봄기운으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이미 봄 옷으로 갈아입었고 식당들은 풍성한 봄 요리로 이방인의 구미를 자극했다. 특히 제철을 맞은 도다리 쑥국의 향내는 통영을 가득채우고도 남을 만큼 찐하다. 통영을 비롯한 이곳 남도의 대표적인 봄철 음식인 도다리 쑥국은 입춘 전후 솟아나는 해쑥과 이른 봄 통영 앞바다에서 건져올린 도다리로 우려내어 만든 요리이다. 입춘 전후 해쑥으로 음식을 해 먹으면 한 해 병치레를 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고 하니 3월 통영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이국적인 통영의 정취에 눈길이 간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운하와 운하를 따라 이동하는 통통배는 어느 항구보다 더욱 운치 있다. 통여이 왜 아시아의 나폴리라고 불리우는지 충무교에 올라 바라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깍여진 절벽 위에 빽빽하게 아슬아슬하게 지어진 오래된 집들에 형형색색 옷을 입힌 동피랑과 시내 곳곳에 문화와 예술의 흔적들은 ‘역시 문화예술의 보물창고’라 불릴 만큼 풍미를 더했다. 입안에서 감도는 도다리 쑥국의 풍미와 따스한 햇살 그리고 바다내음과 함께 시내를 거닐고 있노라면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삼도수군통제영의 본영이었던 통제영은 아직도 그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통영의 앞바다를 내려다보며 여전히 위엄을 갖추고 있다. 잠깐 시간을 내어 서피랑, 동피랑의 작은 골목길들을 따라 가다보면 유명한 예술인들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과 창작혼이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통영은 해양스포츠의 천국이다. 이른 봄이지만 날씨만 좋다면 통영에서는 해양스포츠는 물론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특히 통영의 봄을 즐기고픈 관광객들에게 요트는 최적의 레저 스포츠다. 통영의 도남관광지 앞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요트는 세일보트와 모터보트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바람을 맞으며 먼 바다로 나가 통영의 섬들을 둘러볼 수 있다.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을 가기위해서는 물길이 열릴때까지 기다려야한다.

◆하루에 두번, 노새의 기적이 잃어나는 소매물도와 등대섬
노새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져야만 길을 내어주는 섬이 있다. 이 길은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연결해 주는 유일한 통로다. 이 길은 하루에 단 두번, 그 속살을 드러내며 외부인의 접근을 허락해준다. 그래서일까. 쉬이 갈 수 없기에 더더욱 등대섬으로 가고자 하는 이들이 물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급한 마음에 체 물길이 열리기도 전에 건너려는 이들은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만 한다. 그렇다고 바로 기다림없이 등대섬으로 갈 수도 없으니 가고자 한다면 물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소매물도는 대매물도의 동생뻘이지만, 지명도와 인기는 압도적으로 높다. 3000여 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섬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섬으로 손꼽을 만하다. 손바닥만한 섬에 워낙 많은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늘 어수선하고 번잡스럽다. 그래도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그림 같은 풍광은 모든 불편함을 한꺼번에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특히 섬 정상인 망태봉에서 바라보는 등대섬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절경이어서 바라볼 때마다 탄성이 터져 나온다. 썰물 때는 소매물도 본섬과 등대섬 사이에서 드러난 몽돌해변을 통해 걸어서 왕래할 수 있다. 대매물도와 마찬가지로, 소매물도 곳곳에서도 소박하고 정겨운 표지판과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현재 명승 제18호로 지정된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하루에 두번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길이 열린다

원래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대매물도와 함께 매물도로 통칭되어 불린다. 유독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대매물도에 비해 지명도와 인기는 압도적으로 높다. 숨이 멎을 듯한 비경 때문이다. 3000여 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섬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섬으로 손꼽히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쪽빛 바다와 섬 주변의 기기묘묘한 갯바위들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며 이곳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오죽했으면 중국 진시황의 사신인 서복이 소매물도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겠는가.

높은 파고에도 불구하고 선착장에 내려 등대섬을 올랐다. 만약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으로 건너간다면 망태봉을 거쳐 등대섬으로 건너가면 된다. 오르는 길은 그리 높지 않고 길지 않으나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기분좋은 바다내음을 만끽할 수 있다.

등대 위에서 바라보는 소매물도와 푸른 바다,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기암절벽 앞에서 스스로가 초라해짐을 느낀다. 자연이 주는 위압감에 움츠려 들었던 마음은 이내 감탄으로 바뀐다.
장사도 해상공원에서 여행객이 벤치에 앉아 봄을 만끽하고 있다.

◆봄의 전령사 '동백꽃' 만개한 장사도
장사도는 통영항에서 뱃길로 40여분 떨어진 곳에 있다. 이미 장사도는 봄의 향기로 더욱 짙어져 있다. 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동백꽃이 만개해 있기 때문이다. 선착장을 따라 전망대까지 이어진 산책로는 동백꽃들로 가득하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동백꽃 향기는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절로 미소짓게 한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시간이 멈춰버린 듯하다. 족히 십여분이면 오를 것을 삼십여분 동백향기에 취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면 삼십여분이 훌쩍지나가 버린다. 어느새 다다른 섬 정상은 또 다른 세상이다. 잘 정돈된 정원처럼 꾸며져 있어 편안히 주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섬 곳곳에 마련된 전망대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섬 주위로 넓게 펼쳐진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진면목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사도는 참 수수하다. 공원으로 꾸며놓았기는 하지만 인공미가 거의 가미되지 않아 수수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것이 너무도 고요하다. 특히 오롯이 보존되어 있는 자연과 손때 묻은 건물들도 사람들이 떠나기 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에둘러 낸 산책길에는 토종 동백나무들이 자생해 있어 분홍빛 동백꽃으로 물든 장사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장사도 동백터널을 걷고 있는 여행객

동백나무 숲 터널에는 벌써 봄이 내려앉아 동백꽃이 활짝 피어있다. 길 위에는 일찍 피어 떨궈진 꽃잎들이 비단처럼 깔려 있다. 그 꽃잎들을 살며시 즈려 밟으며 걷노라면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바다가 보이고 곳곳에 아기자기한 추억들이 얼굴을 디민다. 한때 아이들이 뛰놀던 죽도국민학교 장사도 분교는 마치 아이들이 뛰놀다 하교한 듯 하다.

무엇보다 장사도는 바다가 일품이다. 16개의 전망대마다 제각각의 바다가 펼쳐진다. 그중에 압권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최초 해전인 옥포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여 지어진 승리전망대. 비진도는 물론 한산도와 죽도 멀리 미륵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달팽이 전망대에서는 섬의 등줄기가 보인다. 해상고원답게 곳곳의 조형물도 아기자기 하다. 무지개 다리와 야외공연장 뒤에 조성된 얼굴 모양의 브론즈 동상도 흥미롭다. 선인장을 비롯한 다육식물과 풍란들이 전시된 반달모양의 온실도 둘러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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