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등 12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중국 내 아시아 담당 특사로 왕잉판 전 외교부부부장”을 임명했다”며 “그의 최우선 임무는 바로 미얀마 문제처리”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 2002년 처음 중동 담당 특사직을 개설한 이래 아프리카 담당 특사, 한반도 담당 특사직을 잇따라 만들었으며 아시아 담당 특사직 개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1942년생으로 올해 74세인 왕잉판은 외교부 아시아사 부처장, 처장 부사장을 지내고 주 필리핀 대사, 외교부 아시아사 사장, 외교부 부부장까지 역임한 아시아 외교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의 아시아 담당 특사 임명이 중국이 미얀마 문제를 비롯해 향후 아시아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을 비롯한 역내 이슈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 쉬리핑(許利平) 연구원은 "아시아 담당 특사는 미얀마 문제 뿐만 아니라 역내 중국의 국가적 이익과 관련된 이슈를 모두 다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외교학원 외교학과 쑤하오(蘇浩) 교수도 “아시아 담당 특사 개설은 적절하고 꼭 필요한 조치”라며 “중국은 지역 내 대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은 아시아 역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주변국 간 안보 환경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복잡해지고 도전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쑤 교수는 부부장급 인사가 아시아 담당 특사를 맡음으로써 아시아 외교업무의 중요성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고 외교부 내부 부처 간 조율이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양제츠(楊潔篪) 외교부 부장도 9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나무는 조용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며 중국을 둘러싼 주변환경이 복잡해짐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그래도 이웃이 좋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이라고 주변국과의 관계 강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아시아 담당 특사로 임명된 왕잉판의 급선무는 바로 미얀마 문제 처리다. 외교부가 아시아 담당 특사로 왕잉판을 임명했다는 소식을 전한 11일은 바로 중국 윈난(雲南)성 루이리(瑞麗)에서 미얀마 정부와 반군인 카친독립군(KIA) 대표들이 양측 간 내전 종식에 대한 협상을 벌인 날이다. 이날 협상에는 중국 측 대표도 참석해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국의 내정 불간섭을 원칙으로 하는 중국이 미얀마 문제 중재자로 나선 것은 미얀마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한때 중국의 3대 우방이었던 미얀마의 민주화 개혁 이후 현재 중국의 대 미얀마 투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1년 중국의 미얀마 댐건설 사업이 잠정 중단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엔 중국이 미얀마와 공동 투자하기로 한 미얀마의 대형 구리광산에서 반중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중국이 추진중인 중국-미얀마 송유관 건설 사업도 현지 주민들의 저항으로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또한 근래 들어 미국을 비롯한 유럽·일본 등 세계 각국이 미얀마에 대한 투자 공세를 퍼붓고 있다. 특히 미국은 미얀마에 대한 경제 빗장을 풀고 투자를 허용하기 시작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뒤 첫 해외방문지로 미얀마를 방문하는 등 미얀마 공들이기에 나선 형국이다.
이에 대해 홍콩 시사평론가 우쥔페이는 중국의 미얀마에 대한 네가지 전략적 이익은 바로 ▲에너지 공급 ▲수출시장 ▲접경지대 안보 ▲인도양 진출이라며 중국은 이를 위해 막대한 자금력으로 미얀마의 경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서방국가의 제제 속에서 중국에 의존해왓던 미얀마가 최근 들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서방 국가들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미얀마가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중국의 강력한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은 꼭 필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