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2012년 2월 취임이래 줄곧 경영효율화를 강조해 온 반면 내부적으로는 직원 평균 연봉을 1년 새 60% 가까이 증가한 1억5000만원 수준으로 불려 구조조정 진정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시 불황으로 시름하는 증권업계와 고통을 나누는 차원에서 증권사를 비롯한 회원사로부터 받는 협회비를 낮추겠다던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협회비가 1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데 비해 실제 규모는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1억5000만원' 국내 최대 연봉잔치
12일 아주경제가 단독 입수한 금투협 회계자료를 보면 협회 1인 평균 인건비는 지난 2011년 9183만원에서 2012년 1억4500만원으로 1년 만에 58.06%(5300만원) 늘어났다. 인건비 총액도 이 기간 245억원에서 321억원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이는 복리후생비를 비롯한 급여 성격 비용을 제외한 것인데도 국내 최대 연봉 수준이다.
280여개 공공기관 가운데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거래소가 2011년 1억900만원으로 금투협보다 4000만원 이상 적었으며, 예탁결제원은 9900만원으로 1억원에 못미쳤다.
금투협에 협회비를 내주는 증권업계 평균 연봉은 더 낮았으며 협회와 최대 1억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3월 결산인 10대 증권사 평균 연봉을 보면 2011년 1위를 기록한 한국투자증권도 9100만원으로 금투협보다 5000만원 이상 적었다. 미래에셋증권이나 하나대투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는 7000만~8000만원선을 지급했다. 동양증권과 KDB대우증권, 대신증권은 6000만원선 이하로 줬다.
◆협회비 100억 내려? 반토막 인하 꼼수
금투협은 박 회장 취임 이래 약속해온 협회비 인하에서도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회는 2012년 협회비 인하규모를 약 101억원으로 잡았다. 반면 실제 거둬들인 협회비는 2011년 536억원에서 2012년 571억원으로 7% 가까이 늘었다. 여기서 애초 계획한 101억원을 뒤늦게 반환하더라도 실제 받은 협회비 총액은 471억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감소액이 60억원 남짓으로 애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인 것이다.
전반적인 경영효율화 성적표도 마찬가지다.
금투협 비용총계는 2011년 783억원에서 이듬해 814억원으로 4% 가까이 증가했다. 예산에서 알맹이인 사업비가 되레 30% 가까이 감소한 185억원으로 줄면서 인건비의 절반 수준이 됐다. 사업비가 인건비를 상회했던 2011년에 비해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인건비가 늘어난 것은 2012년 11월 명예퇴직 실시로 임직원 수를 260명 이상에서 220명 남짓으로 줄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협회비 인하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어렵다"고 밝혔다.
퇴사에 따른 퇴직금은 인건비에 들어가지 않는 만큼 '인원 감소ㆍ연봉 증가'에 대한 적절한 해명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른 비용을 쪼개 사업비를 늘리면서 회원사와 투자자 이익에 기여해야 할 금투협에 유감"이라며 "일은 덜 했으면서 봉급은 더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