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자는 청문회 주제 자체가 개인사가 아닌 탓에 차분한 어조로 답변을 이어갔으나, 민감한 질문에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쳐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野, ‘재산 증식’ 자료요청…첫날부터 맹공세
당초 여야는 새로운 인사청문회 문화를 정착한다는 취지에서 사상 최초로 분리 검증을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야당은 첫날부터 정 후보자의 재산 증식 문제를 일부 거론하는 등 맹공세를 폈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자청해 “요청한 자료가 아직 절반 가까이 도착하지 않았다”면서 “정 후보자 일가의 상식 벗어난 증여,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포문을 열었다.
전 의원은 “정 후보자 아들 부부에게 외삼촌과 이모(정 후보자의 처남과 처제)로부터 1억7000만원의 증여가 있었다”면서 “후보자 자신도 수입이 400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아들 내외에게 1억원을 증여한 바 있는데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이상한 증여”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의원은 정 후보자에게 아들 내외의 재산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촉구하면서 후보자 본인에게도 “10억 예금이 있음에도 처남으로부터 1억9000만원을 (변호사 사무실 개업비로) 증여받은 게 있는데 이 또한 의혹이 있을 수밖에 없고 상식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현재 정 후보자의 추가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정 후보자가 부산지검에서 검사로 근무하던 당시인 1978년 부산 재송동 법조타운 조성지 인근에 약 500㎡의 토지를 매입했던 사실이 적시된 자료를 공개했다. 매도 시점은 15년 이후인 1993년이어서 상당한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재송동 법조타운 신설 계획은 공교롭게도 정 후보자가 땅을 산지 3달 후 발표돼 당시 검사로 일했던 정 후보자가 개발 계획을 미리 알고 땅을 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정 후보자는 지난 2005년 중앙선관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미국을 경유해 브라질, 멕시코, 페루 등에 각국 선거제도 연구를 위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이 과정에서 부인의 출입국 날짜와 방문 대상 국가도 정 후보자의 출장 기록과 일치해 외유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유신헌법, 헌법 가치 파손시킨 반민주적 조치”
각종 현안에 대한 정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질의도 이어졌다.
특히 정 후보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에 대해 “헌법 가치를 파손시킨 반민주적 조치였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됐다. “5·16이 쿠데타인가 혁명인가”라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질문에도 “교과서에 군사정변으로 적혀있고 나도 찬성한다”고 답했다.
민 의원은 이어 정 후보자에게 “프레이저 보고서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밀계좌를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관리했다고 한다”면서 “3공화국에서부터 5공화국까지 권력 실세의 계좌정보 요구권을 행사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총리가 되면 어떻게 행사가 가능한지, 행사할 수 있는 범위 등을 알아보겠다”면서도 “다만, 마치 기정사실처럼 들리는데 박 전 대통령 서거 뒤 스위스 은행 간부가 (비밀계좌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북한 핵실험과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보유 문제에 대해선 “국민 개개인 입장에서 말할 수 있지만 핵 관계 조약에 가입한 우리 입장에서 핵 보유는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강력한 억지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 남북 간 신뢰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남북을 둘러싼 주변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북핵을 제재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한미·한중 관계와 관련, “지금까지 한미관계는 동맹관계였고, 중국과는 동반자 관계로 신뢰를 쌓아왔다”면서 “이 상황을 더욱 발전시키고 상호 신뢰를 높여 나감으로써 안보에 도움을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좀 잠이 잘 안 온다. 어떻게 공약을 이행하고 나라를 이끌어 갈까 고뇌에 빠졌다’고 말했다”며 박 당선인과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국민이 어떤 분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으면 그 분이 국정운영을 하도록 맡겨주고 시간이 지난 뒤에 평가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