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해태제과·오리온·대상·롯데제과·동서식품·해표·풀무원·사조·남양유업 등 식품업체 10여곳에 대한 대규모 직권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대형마트와의 거래 자료를 면밀히 살피는 등 고강도 행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샘표식품과 대상이 서민들의 대표 토종 장류인 간장과 고추장 등의 가격을 인상하면서 다른 제품까지 들썩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장류를 비롯해 밀가루·주류·김치 등 주요 식품 가격도 올라 서민경제의 빨간불을 예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권 교체기를 맞아 그동안 정부가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물가 드라이브 억제력이 상실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줄줄이 오르는 물가에 ‘비상대응 체제’ 가동도 모양새만 보인다는 것이다. 그나마 각 사정당국 중 공정위의 움직임은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분주하다.
이번 직권조사는 가공식품 가격 인상 움직임에 정부의 압박 카드로 풀이하고 있다.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제과업체들도 새 정부 출범 전 가격 인상을 서두르자 이번 조사가 실시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물가 인상 억제 보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초점을 둔 조사로 보고 있다. 최근 이마트를 보유한 신세계그룹이 공정위 기업 조사에 대해 ‘시장경제의 본질 위반’, ‘포퓰리즘’ 등 정부의 기업 감시·감독 업무를 반시장적 행위로 규정한데 따른 보복성이란 설도 나온다. 공정위 공무원들에 대한 이마트의 지속적 접대 등 관리 의혹도 어느 정도 내제돼 있을 것이라는 게 일부 업계의 반응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거래에 대한 자료 등을 공정위가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최대한 협조를 하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코드적인 조사인 것 같아 불편한 심기다”고 전했다.
한편 ‘정권말 눈치보기는 없다’고 강조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의 소신행보는 식품업계를 비롯해 물가 연관업계의 대대적인 조사를 예단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단순히 물가 오름 동향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심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물가는 서민생활과 직결 된다”면서 “공정위가 할 수 있는 범위는 가격을 올릴 때 담합이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무리하게 올렸는지 보는 것으로 서민 생필품 중심의 불공정 행위를 시정한 바 있고 물가 불안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