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렇게 반복되는 가사노동은 주부의 손목 관절을 매일매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주부 민운정(37)씨는 손이 저리면서 손목에 힘이 없어지는 것을 느낀 지 오래다.
주먹을 쥐려고 하면 타는 듯한 증상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곧 증상이 사라져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손에 힘이 빠져 물건을 놓치는 일이 잦아졌다. 날이 갈수록 손저림의 통증이 심해져 잠을 이루기도 쉽지 않다.
민씨의 병명은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수근관증후군으로도 불리는 이 질환은 손과 손목을 반복적으로 구부렸다 펴야 하는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주부들에게 흔한 질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의하면 2011년 손목터널증후군을 진단받은 환자는 14만 3000명으로 이 중 여성이 80%를 차지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팔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신경이 손목의 인대에 눌려 손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면서 시작된다.
이상윤 연세사랑병원 소장은 “검지·중지·약지에 통증이나 이상한 감각을 일으키는 것이 보통인데 비만이나 당뇨·갑상선 환자의 발생률이 높은 편이며 임신했거나 폐경이 시작될 때도 일시적으로 생길 수 있을 만큼 일반적인 질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