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30일 “존경받는 법관으로 당초 인사청문회 통과가 무난하리라 생각됐던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마당에 다른 유력 후보들이 박 당선인의 제안을 받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후보자 자신도 모르는 가족들의 재산형성 문제, 병역, 위장전입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박 당선인은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확인한 만큼 청렴한 인사를 중심으로 접촉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인선작업의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기존에 접촉했던 후보군을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이 법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청렴한 법조계 인사가 새로운 총리 후보자가 될 확률이 높다.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조무제·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본 경험이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청빈 판사’로 통했다. 2006년 대법관으로 임명될 당시 총재산이 1억3800여만원(시가 기준 4억4900여만원)으로 사법부 전체에서 꼴찌에서 2등이었다.
조 전 대법관도 1993년 첫 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고위법관 103명 중 꼴지를 한데 이어 대법관 퇴임할 때 그의 재산은 2억여원에 불과했다. 대선 때 새누리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지낸 안 전 대법관도 검찰 재직 시절 재산 공개에서 아파트를 포함해 전 재산이 2억5000여만원이었다.
이들 청빈 3인방 외에도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법치도 좋지만 법조인 출신을 총리로 임명할 경우 삼권분림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법부 수장에 올랐던 인사들이 총리를 맡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헌재소장, 헌법재판관, 대법관 등을 지낸 사람들이 무조건 총리를 맡는다고 법치가 바로서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대통합 관점에서 인선이 이뤄졌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합·탕평 인사차원에서 보면 보수색이 옅은 비영남권 출신 인사의 기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조순형 전 의원과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후보군으로 꼽힌다.
또 한광옥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이나 강봉균 전 재경부장관, 박준영 전남지사, 진념 전 경제부총리, 정갑영 연세대 총장 등 ‘호남 총리’ 후보들도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충남, 호남 출신을 총리로 앉힌다고 대통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박 당선인 측은 후임 총리 인선 계획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일정을 감안할 때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새 후보자를 발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