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신윤복, 후원탄금도, 조선후기, 종이에 수묵채색, 23.6 x 31.5cm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화랑가에서 좀처럼 보기힘든 '19금(禁) 춘화'전이 열린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가 오는 15일부터 본관과 두가헌 갤러리에서 새해 첫 전시로 여는‘옛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전이다.
남녀 애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춘화를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난 혜원 신윤복의 '후원탄금도' 한폭도 100여년만에 첫 선을 보인다.
이번에 출품된 '후원탄금도'는 그의 유명한 '후원연희도'의 또다른 장면을 연상케하는 전형적인 혜원의 속화다. 기운이 넘치는 소나무 괴석 잔디등이 멋스러운 자태로 배치되는 철저한 '무드파'로 보이는게 특징이다. 담묵과 담채를 사용한 산뜻한 분위기속에 색태가 완연한 여인의 몸매가 눈길을 끈다.
은근한 감칠맛이 나는 혜원의 그림과 달리 성인에게만 관람이 허락되는 본관 2층 전시는 노골적이다.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화풍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19세기 전반경의 '운우도첩'과 1844년경의 '건곤일회첩'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두 춘화첩은 그동안 잡지나 책에 실려왔지만 원화 화첩이 전시된 적은 없었다. 이 화첩은 현대의 포르노그래피못지않다. 남녀노소와 신분고하의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나이 지긋한 노인과 젊은 여성, 중년 부인과 청년등 부적절한 관계가 많다.음탕함이 질펀한 그림은 당시 유교의 도덕개념으로는 매우 파격적이다.
전 단원 김홍도, 운우도첩중 일부, 19세기 전반경, 종이에 수묵담채. |
우리 선조들이 상상이상으로 성에 대한 의식이 개방적이었을까.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19세기 춘화에는 조선 몰락기 신분사회에 대한 풍자와 농담이 짙게 깔려있다"며 "중세적 유교의 엄격주의를 깨는 일에 춘화가 더없이 좋은 예술적 소재였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춘화를 봐왔다는 유 교수는 "한국 춘화는 서정적인 느낌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몽골은 말 타고 섹스 하는 그림이 유별 나고, 인도는 요가풍이 많으며, 일본은 성기를 확대한 것이 인상적이지만 우리의 춘화는 때로는 해학적이면서 낭만이 흐르고 때론 점잖은듯 하며 가식없는 에로티시즘의 감칠맛이 우리 춘화의 아름다움이다."
실제로 화첩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한 곳이나 물이 한껏 오른 버드나무 옆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자연에서 정사'가 유독많다. 유 교수는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 그속에서 호흡하는 생동감 넘치는 한국춘화는 중국과 일본의 춘화와 달리 안정된 회화적 조형미까지 더해 한국적인 품위와 예술성을 뽐낸다"고 말했다.
김준근 조선시대 풍속화 |
이목이 쏠린 춘화그림외에 이번 전시에는 100년전 우리 선조들의 일상을 엿볼수 있는 그림도 소개된다. 조선시대 '수출 풍속화' 로 유명한 기산 김준근(19세기 중엽~20세기 초)의 그림 미공개작 50여점도 만나볼 수 있다. 관혼상제 무속등 우리 풍속이 세세하게 담겨있다. 김준근은 독일 베를린미술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등 세계 유수박물관에 조선시대 풍속화로는 가장 많은 작품이 소장된 화가다.
본관 1층에서는 석초의 일생에 대해 그린 화원 출신 심전 안중식의 '평생도'도 일반에 첫 전시된다. 10폭 병풍에 돌잔치, 혼인, 장원급제, 관찰사 부임, 회혼례, 과거급제 60주년을 기념하는 회방연 등 성공한 양반의 화려한 일대기를 담고 있다.
한편 갤러리현대는 전시 기간에 춘화 화첩을 제작해 판매한다. 전시관람의 이해를 돕기위해 강연도 마련됐다. 오는 23일 오후 2시에는 유홍준 교수가 ‘옛사람들의 삶과 풍류’를, 2월 13일 오후 2시에는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조선 춘화의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강의한다. 전시는 2월 24일까지. 일반(대학생 포함) 5000원. (02)2287-3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