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부동산의 경우 시장 회복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벌써부터 수요자들은 언제쯤 시장이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보일 것인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올해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가를 주요 부동산 이슈들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규제 완화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상복합아파트 전경. [아주경제 DB] |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투기지역 해제 등으로 규제의 족쇄를 풀었고 재건축 관련 규제도 차례로 해제됐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가 완화되고 취득세·양도세 등 세제 감면 혜택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들은 국내외 경제 불안에 따른 수요자들의 심리 위축으로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수차례 약속했지만 못지키고 있는 부동산 대책이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그것이다. 국회에서 부자 감세 논란 등으로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에는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 국회 통과 탄력받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도입됐다. 2채 이상 주택을 가진 자가 집을 팔 때 양도 차익의 50~6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것이다.
주택을 투기와 재산 증식 수단으로 삼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서 주택 거래를 막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5·10대책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꺼내들었다. 지금도 다주택자에게는 기본세율(6~38%)로 과세하는 특례가 적용 중이다. 하지만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하지 않으면 언제 양도세 중과 폭탄이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유예기간이 끝나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므로 가뜩이나 침체된 주택시장에 대형 악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2007년 9월 전면 도입 이후 공동주택의 과도한 분양가 책정을 막는 데는 일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양시장 침체로 분양가격이 상한제 가격보다 낮게 책정되고 있어 이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011년 12·7 부동산대책에서 분양가 상한제 전면 폐지를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탄력적 분양가 상한제'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새로 제안, 국회 통과를 재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종료된 취득세 2%에서 1%로 추가 감면의 연장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취득세 감면이 시행된 기간이 약 3개월 정도로 짧았던 데다가 연초 취득세 감면 종료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2010년 취득세 감면 시행 종료 후 지난해 초 주택 거래가 극심한 부진을 보였었다"며 "시장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이보다 더 극심한 거래 급감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행히도 새 정부에서도 이들 규제 폐지 법안은 지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원활한 주택 공급과 건설업계의 활발한 투자를 위해 민간 주택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취득세 추가 감면도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 연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의 경우 '부자 감세' 논란을 의식해 대선 공약에는 없었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폐지 법안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댱 및 지자체 반대 움직임이 관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들 법안이 적기에 시행될 지는 미지수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투기·집값 폭등 등을 우려한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 처리가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취득세·양도세 감면이 처리된 과정을 지켜보면 더욱 그렇다. 당시 업계에서는 법안 통과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국회는 관련 법안 처리를 지연시켰고, 결국 취득세 감면 대상은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축소되기도 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 역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분양가가 치솟고, 결국 건설업체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의 경우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더욱 거센 편이다. 집이 많은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이라는 비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취득세 감면은 지자체의 반대가 관건이다. 이미 지난해에도 세수가 줄어들 것을 염려한 전국 각지 지자체들이 취득세 추가 감면을 반대한 바 있다. 이들은 왜 중앙 정부 예산은 그대로 두고 가뜩이나 부족한 지자체의 주요 수입원을 줄이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