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은행권이 비정규직을 줄이며 정규직 전환에 나섰다. 수익성 악화가 예고된 상황이지만,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성장을 꾀한다는 취지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2월 85명의 계약직 사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으로 바뀌면 대부분 정년 (만 59세)이 보장되고 급여와 복지 등 처우 또한 대졸 행원과 비슷하다.
기업은행은 2일 계약직 사원 1132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2005년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실시해 2011년에는 96명, 지난해에는 161명을 전환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매년 정규전환 채용시험을 실시해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00명이 전환됐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전환을 계획중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470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전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고용구조 개선은 지난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간 임금단체협상에 따른 합의사항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금융권 노사는 협상을 통해 1년 이상 일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올해 저성장·저금리 추세에 따라 은행권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돼, 부담은 더욱 크다. 은행권은 이미 조직과 임원을 일부 축소하는 등 슬림 경영에 나선 상태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우리은행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정규직 직원들의 급여를 동결했다. 전환비용을 급여 인상분으로 충당한 것이다.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임직원들은 급여 일부를 반납한 바 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은행창구, 콜센터 직원 등 비정규직 3076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전체 직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이 5%가 채 되지 않는다.
은행권은 비용 부담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으로 직장에 대한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지면 향후 종합적인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사회적 의무”라며 “전환 비용은 영업수익 악화로 좌지우지될 규모는 아니며, 예산 조정 시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