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 하락을 겪었던 은행들이 저성장·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인해 올해에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은행권에 서민금융 강화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의 건전성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 2013년 수익성 악화 불가피
지난해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는 수치상으로 뚜렷이 나타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9월 말까지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7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2011년 같은 기간 12조3000억원보다 무려 4조8000억원(39.2%) 줄어든 것이다.
2012년 3분기 실적만 살표봐도 은행권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원으로 전분기보다 1000억원, 전년에 비해선 3000억원 감소했다. 더 우려되는 점은 올해에도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증권사들이 추정한 KB·우리·신한·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순익은 모두 7조3164억원이다. 지난해보다 7642억원(9.5%) 더 줄어들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수익성 악화는 장기 불황에 따른 저금리 기조 속에 순이자마진(NIM)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나타난 결과다.
올 2분기까지 은행권의 NIM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학수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 "지난해 2회 그리고 올 상반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2분기까지 NIM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지난해 말 금감원이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5년 뒤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현재의 16% 수준까지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자, 은행권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경제성장률 1%, 금리가 1%포인트 떨어지는 저성장·저금리시대가 당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5년 후인 2017년에는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현재의 16.5% 수준까지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금감원은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예상치인 8조5000억원에서 5년 뒤 1조4000억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0년 후 손실 규모는 무려 5조2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 새정부 금융정책 은행권에 부담
올해 새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도 은행권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경기부양 및 금융산업 활성화에도 앞장서겠지만, 그 이상으로 은행권에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가계부채 해결이 금융권의 최대 과제가 된만큼, 새정부가 민심을 잡기 위해선 다중채무자와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전 내세웠던 금융 관련 공약들도 서민금융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록 공약대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행될 가능성은 적지만, 올해에도 은행들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저성장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은행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부가 서민금융 지원 등 사회적 책임을 은행권에 강하게 요구할 것이 분명해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금융당국도 은행경영실태 평가 시 사회공헌 부문 반영 비중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사회 공헌에 소요되는 금액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금감원이 경영실태 평가에서 사회공헌의 비중을 높인만큼 은행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새정부가 출범하면 사회적 책임 강화가 금융권의 화두가 되기 마련이고, 금융당국도 이에 대해 주목하고 있어 은행권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해야 사회적 책임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금융산업 부양에도 힘을 쏟아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