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인생스토리와 정치스타일 등 닮은 점이 아주 많다.
여성, 나이(1살차), 아버지 영향, 대학(이공계), 보수정당, 선거의 여왕, 당 대표, 소신파, 정계입문 15년 만에 정상 도달 등 많은 최초 기록을 갖고 있으며, 독립심이 강하고 냉철하며 고독의 순간을 즐기는 개인적 성향도 닮았다는 평가다.
박 당선인도 자서전에서 메르켈 총리에 대해 "같은 보수정당의 당수이며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잘 통하는 것 같다"고 썼다.
박 당선인과 메르켈 총리는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 만났다. 박 당선인은 2000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으로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했다. 독일에서 메르켈 총리를 처음 만났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야당 시절로 각각 한나라당 부총재와 기독민주당 대표였다.
2006년 6월 28일, 한나라당 대표를 그만둔 박 당선인은 첫 외국 방문지로 독일을 택했다. 메르켈 총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메르켈 총리를 만난 바로 다음날 독일에서 대선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이후 메르켈 총리는 지난 8월 20일 박 당선인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공식 확정됐을 때 이례적으로 승리를 기원하는 편지를 보냈다. 또 당선된 뒤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박 당선인에게 축하전화를 하면서 내년 한·독수교 130주년을 맞아 박 당선인을 초청했다. 박 당선인은 내년에 대통령으로서 독일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2005년에 이어 2009년 재선에 성공한 이후 7년째 재임 중인 메르켈 총리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전후 최연소 총리, 최초 이공계 출신 총리, 독일 최연소 장관, 여성 최초의 당수 등 5개의 최초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유럽 통합, 사회 통합, 경제적 번영, 탈이념, 정책 유연성으로 개혁정책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원전 폐기, 저소득층 연금 확대, 최저임금제 지지 등 진보진영의 어젠다까지도 수용했다.
이 결과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독일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독일판 대처'로 불리고 있다. 특히 정치통합과 국민통합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도 재집권이 확실할 정도로 독일 국민들은 그를 신뢰하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좌우 대통합, 재정·보건복지 등 정책적 성공, 유럽연합 주도 등 메르켈 총리는 박 당선자가 향후 추구하고 싶은 부분을 이미 해냈다"면서 "두 사람은 서로 인간적인 호감과 인연이 많아 박 당선인이 한국과 독일 간, 한국과 유럽 간 등 국제관계와 세계 여성지도자들 간 교류를 갖는 데 있어 메르켈 총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소장은 이어 "부가 집중되지 않고 서민이나 중산층에게도 분배가 잘 되는 게 경제민주화인데, 독일 경제는 상중하가 모두 탄탄하다는 점도 박 당선인이 배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