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박근혜 시대, ‘기념 오퍼’는 없었다

2012-12-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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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종곤 기자=“김영삼 정권이 들어설 때로 기억된다. 당시 재무부에서 투신사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으니 축하 차원에서 ‘기념 오퍼(Offer)’를 내라고 주문한 것으로 들었다. ”

최근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증시에는 ‘기념 오퍼’가 떳떳하게(?) 진행됐다. 정권이 바뀔 때 축하하는 의미로 기관들이 대거 매수 주문을 내주는 것을 말한다.

노무현 정권 때도 물론 기념 오퍼가 있었다. 지난 2002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국민연금, 증권유관기관들이 앞다퉈 자금 집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장의 기본 원리를 생각하면 ‘정권의 악습’이라고 볼 소지가 있어 개운치 않다. 시장 참가자 모두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게 맞다.

올해 대선은 어땠을까. 대선이 끝난 직후 새 정부에 대한 ‘기념 오퍼’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선이 끝난 첫거래일인 이달 20일 기관은 1754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나마 이 규모는 연기금이 지난 8월29일(2397억원) 이후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긴 2095억원을 순매수했기에 유지된 규모다. 투신, 은행권은 오히려 이날 순매도했다.

결론적으로 연기금만 그나마 차기 정부에 먼저‘눈도장’을 찍은 셈이다.

‘힘 있는’ 정부의 뜻대로 증시가 호락호락하게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자본주의 근간에 맞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관이 대거 주문을 내줘 지수를 올리는 일은 반길 일이다.

그러나 기관이 시장 분석을 토대로 스스로 투자를 결정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으로 또는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움직인다는 것은 시장 신뢰와 공정성을 거스르는 일이란 점이 자명하다.

기관은 내년 초 다시 한번 소신있는 투자가인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은 2013년 2월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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