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사장단은 17일 오전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서 김주원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로 부터 ‘21세기와 훈민정음’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최근 미국의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세계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삼성 내부에서도 혁신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한글을 통해 혁신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한 것.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훈민정음의 문자사적(文字史的) 위치’와 한글이 가진 의미로 △백성을 위해 창제된 글자 △세계 최초의 창제된 글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자를 알 수 있는 글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 원리를 알 수 있는 글자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김 교수는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인데, 전 세계 어느 문자에도 창제의 목적에 백성이 들어가는 글자는 없다”며 한글이 가지는 문자사적 의의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미국 매릴랜드 대학의 로버트 램지 교수가 ‘21세기 세계에서 한국 문자 체계’라는 논문을 통해 한글에 대한 찬사를 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글은 모든 인류에게 속한 인간적인 가치를 나타낸다”며 “이성적 가치와 과학적 방법을 사용했고,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글은 상형과 가획의 원리로 창제가 되어 있는데, 이런 ‘합자의 원리’ 덕분에 휴대폰에서도 문자메시지를 쉽게 입력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한글을 디지털시대에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것도 과학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사장단들은 어느 때 보다 특강을 경청하며 재미있게 청강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부사장은 특히 세종의 남다른 생각이 한글을 창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과거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자를 안다는 것은 지식을 독점하는 수단이었으며 그 지식이 공유되면 통치자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이 당시의 보편적인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세종은 백성이 잘못을 저지르는 일도 자신이 백성들을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 생각이 결국 한글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