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목표액 500억원 설정을 돌파했다고 밝힌 이태복 국민석유회사 대표(전 보건복지부 장관)는 지난 5일 서울 신도림동 국민석유회사준비위원회 집무실에서 가진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동산 중질유에만 매여있는 국내 정유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오일)의 독점구조를 깨고, 국민들에게 20% 싼 가격의 석유를 공급하겠다"며 이 같이 강력하게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석유회사는 출범 때부터 국민주에 의한 방식으로 오로지 국민에 의해 묶여 있다"며 "이는 중동산 원유에만 국한되어진 국내 정유4사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기존 중동산 원유만 고집해온 국내 정유사가 기름값을 부풀려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중동산 원유회사들이 연간 20억달러씩 붙여온 아시아 프리미엄을 최근 철회했음에도 국내 정유사는 알리지 않고 기름값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이미 국제시장에서는 10% 싼 원유들이 많다"며 현재 중동에 치중된 수입선을 캐나다와 시베리아 등으로 다변화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절감 방법으로 "중동산 원유를 한국에 들여오는데 운송비가 배럴당 3~4달러가량 들지만, 시베리아산을 가져올 때에는 배럴당 1달러 미만으로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정유업계에선 중동산 원유와 달리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기름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캐나다와 시베리아산 원유는 저유황으로 황유 함량이 적어 정제 과정에 비용이 적게 든다"며 "오히려 기존 중동산 중질유에 비해 비용도 싸고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상등품"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정유시설을 짓는데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실제로 건설업자를 만나 알아본 결과 절반의 공사비도 들지 않는다"며 "현재 정유시설 설립비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건설업자의 말을 빌려 '부르는 게 값'인 기존의 건설과정에서 여러 특혜가 이뤄져 비정상적인 자금이 유입된 결과라며 실제 투자비는 절반 정도로 보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지금도 국제적으로 유명한 정유 플랜트업체로부터 오퍼를 받고 있는데 공사대금이 10분의 1수준인 곳도 많다"며 아직은 각 나라별 품질기준과 여러 검증 과정을 고려하는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입지선정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공장이 들어설 입지와 항구를 갖춰야 하는데 이에 마땅한 부지 확보가 가능한 지에 대해 제한적으로 보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새만금을 비롯해 지금도 해안가에는 텅텅 비어있는 땅들이 많다"며 "문제는 대기업들만 남는 땅들을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부지 확보 선정에 있어 기존 독점 정유사들이 로비활동을 벌이는 등 방해가 커 실제로 땅이 없는 것처럼 포장된다는 것. 여러 지역에 수백 만평씩 잔뜩 널려있는 땅의 용도변경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과의 교류에 대해서 이 대표는 "여야 대선주자 모두 경제민주화를 지향하는 측면에서 국민석유 취지에 동의하고 있다"며 "다만 포퓰리즘에 입각해서 보여주기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금도 많은 후보들이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며 "국민석유 설립에 적극 지지하고 찬성하는 분들이 누구인지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투자 실패로 인한 보상'에 대한 우려에 관해서는 "무조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에 국민들이 믿고 따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국민석유 시도 자체가 이미 성공적인 케이스로서 표본이 될 것"이라며 "지금도 범조직을 확산시키고 있고,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기름은 공공재로서 소비자에게 이득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무책임한 태도, 그리고 정유사들은 탐욕을 버리고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 신념이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부당한 정책에 대해선 국민들과 끝까지 싸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강경하게 밝혔다.
이 대표는 끝으로 "지금도 국민들의 성원과 응원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속도라면 올해 말에는 좋은 소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국민석유회사 설립 준비위원회는 이윤구 전 적십자 총재, 전득주 녹산학술재단 이사장, 정동익 4월혁명회 상임의장, 김재실 전 산은캐피탈 회장, 윤종웅 전 하이트맥주 CEO, 이팔호 전 경찰청장, 임진택씨(창작 판소리), 조세현씨(사진작가),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고문, 이부영 한국교육복지포럼 상임대표, 이주헌 전 새누리당 의원, 안경률 새누리당 전 사무총장, 이인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설훈·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여 활동 중이다.
한편 최근 정부는 국민석유회사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식경제부를 비롯해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시베리아·캐나다산 저유황유의 실질적인 도입 방안, 국내 부지 선정 문제, 정유시설과 자금문제 등 실효성을 놓고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